유한양행(000100)의 ‘렉라자’(레이저티닙)와 병용하는 얀센의 ‘리브리반트’ 피하주사(SC) 제형이 유럽에서 승인 권고를 받았다. 경쟁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는 경구제(먹는 약)인 반면 현재 승인된 리브리반트는 정맥주사(SC) 제형이라 그동안 투약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리브리반트 피하주사가 유럽에서 최종 승인을 받으면 병용 약물인 렉라자의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존슨앤드존슨(J&J)은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자회사 얀센의 리브리반트 피하주사 제형에 승인 권고를 내렸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유럽에서 리브리반트 피하주사의 최종 승인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의미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최종 승인을 결정하면 J&J는 유럽에 리브리반트 피하주사를 정식 출시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정맥주사 대비 투여 시간을 단축하면서도 치료 효과는 동등하다는 점이 승인 권고의 근거가 됐다. 리브리반트 정맥주사는 투여하는 데 5시간이 걸리는 반면 피하주사는 5분이면 맞을 수 있다. 더구나 J&J는 리브리반트 피하주사의 치료 효과 또한 정맥주사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입증했다. J&J가 지난해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공개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리브리반트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투여했을 때 병용요법의 전체생존율(OS)은 65%로 기존 정맥주사(51%) 대비 크게 늘어났다. 주입관련반응(IRR) 부작용도 정맥주사 제형에서는 66%에 달했던 반면 피하주사 제형에서는 13%로 줄었다.
투약 편의성을 높인 리브리반트 피하주사가 출시되면 유한양행도 렉라자의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해외 매출의 약 10~12%를 로열티로 받는다. 이 수익을 높이려면 타그리소가 장악한 시장에 빠르게 침투해야 하지만 그동안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투악의 불편함 탓에 타그리소와의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치료 효과 측면에서는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타그리소보다 우월하다는 점이 데이터에서 드러나고 있다. J&J는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대비 전체생존기간(OS)을 1년 이상 개선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타그리소의 생존기간이 38.6개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생존기간은 약 4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공개된 임상 결과에서는 병용요법의 무진행생존기간(mPFS)이 23.7개월로 타그리소(16.6개월)보다 길었다.
다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리브리반트 피하주사의 승인을 보류한 상태다. FDA는 지난해 말 리브리반트 피하주사에 대한 생물학적 제제 허가 신청을 검토한 뒤 보완요구서한(CRL)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J&J는 “피하주사 제형을 제조하는 시설 문제로 효능 및 안전성 데이터와는 관련이 없다”며 “FDA는 추가 임상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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