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한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약 3조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신한금융의 국내 10대 주요 대기업 대출 잔액은 약 19조 377억 원이다. 전년 말(약 15조 8555억 원)에 비해 약 20%(3조 1822억 원) 증가한 것이다.
대출 성격별로 보면 원화가 외화보다 더 많이 증가했다. 해당 기간 원화대출이 약 6조 9201억 원에서 8조 8686억 원으로 28.2%나 급증했다. 외화 대출도 전년(8조 9354억 원) 대비 13.8% 늘어난 10조 1691억 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원화대출은 기업의 국내 시설자금이나 운전자금으로 활용되고 외화는 해외 투자 비용이나 수입 시 결제성 자금이 필요할 때 받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총액 기준으로 대출이 가장 크게 증가한 회사는 롯데그룹이다. 롯데그룹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조 7095억 원으로 3분기 만에 37%(7436억 원) 뛰었다. 이는 평균 증가율(22.5%)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롯데그룹의 대출 잔액이 급증한 이유는 자금을 미리 확보해두려는 의도라는 게 금융계의 해석이다. 롯데그룹은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알짜 계열사인 롯데렌탈 매각 추진을 비롯해 실탄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발행한 2조 원 규모 회사채에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할 우려가 생기자 롯데그룹은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대기업들은 은행 대출을 받지 않았지만 지난해 자금난이 생긴 곳들을 중심으로 은행 거래가 늘어나는 것으로 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에 따른 무역전쟁과 경기 둔화 가능성을 고려하면 올해도 대기업들의 자금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부채가 6조 원에 육박하는 롯데건설은 사업성을 고려해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고 있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1년부터 공사비가 급증하면서 수주를 해도 수익이 남지 않는 구조가 됐다”며 “최소한의 수익성이 담보된 현장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를 하다 보니 매출도 줄고 최근 고금리 영향으로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이 있어 건설 경기가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때 자금난을 겪었던 SK 역시 대출이 5000억 원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SK온과 포드의 미국 합작법인 블루오벌SK는 미국 정부로부터 13조 원 규모의 대출을 받기로 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탓에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신한 입장에서도 대기업 대출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거래처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재무적으로 안정적이고 부실 대출 우려를 줄일 수 있는 대기업 중심 거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대기업과 대출이든 금융거래를 하는 것이 부실률은 낮고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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