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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투자 지도 들고 美 가는데…韓은 리더십 공백

[7일 트럼프와 첫 정상회담]

고율 관세·방위비 압박 피하려

美 투자 로드맵 담은 지도 제작

LNG 수입확대 카드도 내놓을듯

스타게이트 협력 등 현안 많지만

崔대행, 트럼프와 통화조차 못해

현대차 투자 사례는 백악관이 홍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미국 동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갖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투자 보따리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율의 관세 부과와 방위 분담금 증액 압박을 피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낮은 지지율로 조기 퇴진론에 시달려온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내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7월 참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며 트럼프 2기 체제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5일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회담을 앞두고 자체 제작한 ‘특별한 미국 지도’를 갖고 예행연습 중이다. 일명 ‘이시바 지도’는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 현황을 미국 대륙에 표시한 것으로 ‘일본이 대미 직접투자 1위 국가이며 현지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한눈에 보여준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트럼프 1기 당시 일본의 대미 투자 현황을 담은 지도를 갖고 미국을 방문했던 것에서 착안했다.

이시바 정권이 만든 이번 지도에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최근 오픈AI와 발표한 5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비롯해 추가 투자 로드맵까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다 아키코 정치평론가는 “트럼프는 1기 때부터 경제와 안보를 연계한 ‘딜’을 추구해왔다”며 “일본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트럼프가 원하는 경제적 성과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시바 총리도 주변에 “트럼프주식회사(미국)에 있어 일본이 얼마나 좋은 클라이언트인지 납득시키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 일본무역진흥기구(제트로), FNN(비고: 2022년 1월~2024년 6월 데이터)


이시바 총리는 회담을 통해 미국의 ‘고율 관세’와 ‘방위 분담금 증액’을 피하고 안보 면에서도 미국의 확실한 보장 약속을 받아내겠다는 복안이다. 방위비의 경우 ‘2027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현재 1%)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는 점을 납득시킬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GDP 5%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대가로 준비한 것은 ‘투자 및 수입 확대’다. 민간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대만해협 안정 추구 동의 등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시바 총리에게 이번 회담의 성패는 정치 명운과도 직결된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 참패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내각 지지율도 20~30%대로 퇴진 위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구나 올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내에서 ‘리더 교체론’까지 확산하고 있다. 일본의 한 현직 각료는 “성과를 내면 참의원 선거의 동력을 얻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당내 입지가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미 기간이 6일부터 사흘이지만 워싱턴에 체류하는 시간은 하루 정도로 짧은 일정인 데다 경제사절단도 별도 동행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점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등 민감한 이슈는 깊이 있게 논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번 회담 이후 양국 정상이 함께하는 공동 기자회견이 아닌 이시바 총리 단독 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의 답변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칫 돌발 발언으로 논란이 확산할 수 있는 리스크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을 포함해 주요국은 ‘돌아온 트럼프’와의 우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선제적 양보’ 카드를 꺼내드는 분위기다. 인도는 13일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백악관 방문을 앞두고 섬유와 오토바이 등 수입 관세를 대폭 인하하는 한편 미국 내 불법체류자 수용을 약속했다. 멕시코·캐나다 등도 미국의 관세 압박에 굴복해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은 불법 이민자와 마약 펜타닐 유입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동맹국들의 선제적 양보가 외려 화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의 아미텐두 팔리트 교수는 “트럼프의 특징은 한 번 양보하면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미국을 상대로 영업에 나서는 일본·인도 등 해외 주요국과 달리 한국은 리더십 공백에 빠진 형국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직 통화조차 나누지 못했다. 당장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협력, LNG 수입,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제조업 투자처럼 미국과 논의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

정부가 손놓고 있는 사이에 민간 기업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 이후 현대차의 2장짜리 브로슈어(홍보자료)가 워싱턴 정가에서 화제였다. 1986년 미국 진출 이후 총 205억 달러(약 30조 원)의 대미 투자, 57만 명이 넘는 고용 창출 등 현대차가 미 경제에 기여했던 성과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자료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백악관이 2일 현대자동차와 현대제철의 미국 투자를 거론하면서 “관세는 미국 경제를 강화하고 임금을 인상시키며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협상가”라며 “미국과의 양자 협상에 나서 방위비 분담금과 조선업 유지·보수·정비(MRO)와 같은 여러 분야에서 패키지 딜을 이끌어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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