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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F·T' 덫에 갇힌 한국…이대론 'AI 패권시대' 구경꾼 될판

[IT강국 韓, AI 낙오 위기]

더딘 규제해소·데이터활용 한계

정부·민간 '각자도생式 개발' 매몰

인재 확보는커녕 해외유출 심화

신산업 대응 못해 기술격차 커져





정보기술(IT) 강국을 자처하던 한국이 인공지능(AI) 분야의 기술·인재 등 각종 핵심 경쟁 지표에서 한계를 노출하며 휘청이고 있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 신산업 진흥에 더디게 대응했고 핵심 인력 확보 경쟁에서도 밀려나면서 AI 선두 추격의 길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AI 업계에서는 한국이 미국·중국 등 선진국과의 간격을 좁히는 데 실패한 핵심 요인으로 ‘DRIFT’를 지목한다. 데이터(Data), 규제(Regulation), 투자(Investment), 생태계 단절(Fragmentation), 인재(Talent) 등 주요 요인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조어다. 정부와 민간이 공통된 목적으로 함께 뛰는 ‘원팀’ 전략의 부재와 해묵은 규제 등으로 업계 전체가 표류(Drift)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①‘AI 원유’ 데이터 환경 열악=AI 산업에서 ‘디지털 원유’로 통하는 핵심 자원인 데이터 확보전에서 한국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 크게 밀린다. AI 성능의 핵심은 정확하고 정제된 데이터가 필수적인 탓에 데이터의 개방·공유 수준이 높을수록 산업 발전 속도가 빨라진다. 한국은 정부·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 데이터의 개방이 제한적일 뿐 아니라 그나마 공개된 데이터도 분류가 제각각이거나 활용성이 낮은 데이터 위주인 탓에 다양한 산업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민간기업들 또한 대기업 중심으로 각자 확보한 데이터를 독점하는 형태여서 스타트업·연구기관 등 생태계로 확장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업스테이지 수석연구원 출신인 박찬준 고려대 AI 연구교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의 핵심은 양질의 데이터”라며 “데이터와 관련한 수많은 규제들이 있는데 개인정보 문제가 보호되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여전한 규제 장벽=정부가 AI 규제를 최소화하고 진흥 중심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지만 규제로 인한 AI 업계의 발목 잡기는 여전하다. 데이터 활용 문제 또한 규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강도 높은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은 비식별화된 데이터도 재식별 가능성이 있다면 활용이 불가능하도록 규정한다. 의료·금융 등 산업 분야에 AI를 접목해 고도화하려는 노력도 기존 산업에 적용된 규제에 묶일 뿐 아니라 적극적인 법 해석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등으로 해소 노력을 펴고 있지만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반쪽짜리 해결책에 그칠 뿐이다. 이경전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정책을 주도하는 이들이 문과 출신인 AI 비전문가들이다 보니 전문가들이 시장을 열 수 있도록 하는 규제 해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③명함도 못내는 ‘쩐의 전쟁’=투자 규모에서도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국내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H100과 같은 고가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에 허덕일 뿐 아니라 빅테크와의 체급 차이로 인해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도 열세다. 영국 토터스미디어의 ‘2024 글로벌AI지수’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중 전체 순위는 6위지만 민간 투자에서는 27.7점으로 11위에 그쳤다. 강력한 기술 경쟁력과 풍부한 시장을 앞세운 미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업은 중국, ‘오일 머니’를 갖춘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비교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김정호 KAIST 교수는 “딥시크 쇼크에서 배워야 할 가장 큰 교훈은 투자”라고 짚었다.

④정부·기업·학계 제각각…협력 부족 심각=정부와 기업, 대학 간 협력이 밀접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뜩이나 부실한 체력이 분산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산학연의 긴밀한 협력 속에 공동 프로젝트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중심이 되는 미국·유럽과 달리 한국은 협업 체계에서 약점을 보인다. 같은 AI 분야에서도 대학·연구기관들은 기초연구에 집중하고 기업은 AI 챗봇이나 로보틱스 등 산업 응용에 힘을 쏟는 등 분절된 활동이 중심이라는 지적이다. 기업의 경우도 삼성·SK·네이버 등 대기업에 GPU·데이터 등 연구 자원이 집중되고 스타트업으로 이어지지 않다 보니 탄탄한 생태계 조성이 어려워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교수는 “네이버·카카오 등 대기업에만 의존하면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다”며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며 생태계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제와 산업 진흥에서 갈팡질팡하는 정부·국회의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⑤‘고급 두뇌’ 확보전 필수=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여러 문제 중에서도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문제가 ‘인재 확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딥시크 쇼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AI와 같은 첨단산업에서는 소수의 핵심 인재가 파괴적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AI 인력 부족 인력은 8579명으로 2021년 3726명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인력 자체도 적지만 핵심 두뇌급 인재의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해외 우수 인재는 한국을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지 않고 국내 인재는 더 나은 보상을 찾아 해외로 떠나는 상황이다. 오픈AI의 박사급 AI 연구원의 평균 연봉은 86만 5000달러(약 12억 5000만 원)에 달하지만 같은 인력이 국내에서는 2억 원 안팎을 기대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스타트업이 성공해서 10억 원씩 보수를 주면서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어야 한다”며 “새로운 기업이 나오고 젊은 과학자와 석박사 출신이 많이 들어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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