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비용 효율성과 생태계 연계에 방점을 둔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 2.0 시리즈를 대거 선보였다. 가성비 높은 ‘플래시-라이트’로 중국산 AI 딥시크를 겨냥하는 한편, 검색·지도·유튜브 등 기존 구글 생태계와 연계한 추론 모델로 오픈AI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5일(현지 시간) 구글은 제미나이 2.0 플래시 시리즈를 일반 사용자 대상으로 출시하는 한편 유료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베타 테스트) 모델들을 대거 공개했다. 실험 모델은 기존 플래시보다 더욱 가벼운 2.0 플래시-라이트와 추론 모델인 2.0 플래시 '싱킹', '싱킹 위드 앱', 최상급 모델인 2.0 프로 등이다.
테크계는 구글이 기존 경량 모델인 플래시보다 더욱 가벼운 플래시-라이트를 내놓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딥시크가 뛰어난 성능과 저렴한 개발·사용 비용으로 주목 받자 구글이 AI 가성비 개선에 나섰다는 평가다. 구글은 “1.5 플래시의 가격과 속도에 대한 많은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며 “1.5 플래시와 동일한 속도, 비용으로 더 나은 품질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플래시-라이트는 개발자 대상으로 우선 출시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 플래시-라이트 입력 기준 비용은 100만 토큰(AI 연산 단위) 당 0.019달러로 0.014달러인 딥시크와 유사한 수준이다. 오픈AI 챗 GPT 비용 효율 버전의 0.075달러보다는 4배 가량 저럼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
경량 추론 모델을 강화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최근 역 경량 추론 모델인 o3-미니를 일반 출시한 오픈AI에 발맞춘 행보다. 특히 이날 처음 선보인 2.0 플래시 싱킹 위드 앱은 AI 모델과 구글 앱을 연계해 일상 생활 정보 제공에 더욱 강하다. 여행 일정을 짠다면 구글 검색·날씨·지도 정보를 가져와 보다 정확한 동선과 알맞은 식당 등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글로벌 플랫폼 시장을 장악한 구글이 지닌 생태계를 장점으로 내세워 보다 뛰어난 AI 에이전트를 구축, 오픈AI·앤스로픽 등 경쟁사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연결된 앱이 제미나이를 AI 기반 어시스턴트로 만들고 있다”며 “새 추론 기능이 앱과 결합돼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상급 모델인 2.0 프로도 정식 출시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말 뛰어난 성능으로 주목 받은 ‘1206-실험실’ 모델이 2.0 프로로 이름을 바꿔 실험 기능으로 제공된다. 구글이 먼저 선보이고 최근 오픈AI가 공개해 주목 받았던 검색 추론 AI ‘딥리서치’는 여전히 1.5 프로 모델을 기반으로 실험 서비스되고 있다.
구글의 행보에서는 2.0으로 기초 모델 버전을 올려 전반적인 성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모델 경량화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잡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실제 AI 종합 성능평가(벤치마크)인 MMLU-PRO에서 기존 1.5 플래시는 67.3%, 1.5 프로는 75.8% 정답률을 기록한 반면 2.0 플래시-라이트, 플래시, 프로는 각각 71.6%, 77.6%, 79.1%를 기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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