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플랫폼 기업 중 처음으로 ‘10조 클럽’에 입성한 네이버가 인공지능(AI)을 통해 또 한번 도약에 나선다. 네이버는 본업인 검색뿐만 아니라 커머스·콘텐츠 등 주요 사업 분야에 AI를 접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혁신가’로 통하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진두지휘에 나서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강화한다.
네이버는 7일 지난해 연간 실적과 함께 4분기 실적도 공개했다. 네이버의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조 885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33.7% 늘어난 5420억 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의 경우 8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전망치인 각각 2조 7981억 원, 5294억 원을 넘어섰다.
본업인 서치플랫폼(검색)뿐만 아니라 핀테크·클라우드 등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 서치플랫폼 매출은 1조 64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늘어났다. 플랫폼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한 가운데 광고 효율을 향상시킨 덕분이다. 커머스 매출은 네이버 멤버십 제휴 등 이용자 혜택 강화로 7751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7.4% 증가했다. 핀테크 역시 ‘스마트스토어’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부 결제액이 늘어나며 전년 동기 대비 12.6% 늘어난 400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클라우드는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 트윈 실적이 반영되며 전년 동기 대비 41.1% 급성장한 1776억 원을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콘텐츠는 AI 기능이 접목된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의 유료 구독자 확대 등에 힘입어 매출로 전년 동기 대비 0.2% 늘어난 4673억 원을 올렸다.
최근 오픈AI·딥시크의 등장으로 AI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네이버는 전 사업 영역에 AI를 붙이는 ‘온서비스 AI’ 전략을 본격적으로 구사한다. 우선 서치플랫폼에는 올해 상반기 중 사용자의 질문 의도를 파악해 맥락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AI 브리핑’ 기능을 선보인다. 커머스의 경우 별도 쇼핑 앱인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다음 달 중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동시에 블로그·클립 등에도 AI를 접목해 취향에 맞는 콘텐츠의 노출을 늘리고 전체 사용자 체류 시간도 증대시킬 방침이다. 이 외에도 핀테크에는 대출·보험·증권 등에서 AI 기반 맞춤형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클라우드는 ‘AI 노트’ 등 유료 구독형 제품의 라인업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하는 한편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도 추진한다. 최수연 네이버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빅테크의 LLM 등 외부의 다양한 AI 모델에 대해서도 협업의 가능성이 열려 있고 계속해 대화 중”이라며 “이번 딥시크가 적은 규모의 투자로 선도 업체를 추격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만큼 네이버도 기술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멀티모달이나 추론 능력 등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네이버는 다음 달 26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창업자의 사내이사 복귀 안건을 상정했다고 공시했다. 안건이 가결되면 이 창업자는 8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서 경영에 복귀하게 된다. 이 창업자는 ‘라인’을 해외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경험 등을 토대로 글로벌 빅테크와 대적할 수 있는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특히 다음 달 정기 주총에서 최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도 상정되며 두 리더 간 시너지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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