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간 수수료 인하 경쟁에 상장지수펀드(ETF) 업계 3위였던 KB자산운용이 참전하면서 운용사 간 치킨 게임이 본격화했다. 자산운용사들이 ETF 수수료 인하 등 양적 경쟁에만 몰두하자 금융 당국도 질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11일 KB자산운용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따르는 ‘RISE 미국S&P500’ ‘RISE미국 S&P500(H)’ ETF의 총보수를 0.01%에서 0.0047%로 낮춘다고 밝혔다. 미국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RISE 미국 나스닥100’ ETF의 총보수도 0.01%에서 0.0062%로 조정했다. 사실상 업계 최저 보수다. 특히 해당 상품의 운용 보수는 0.0001%로 사실상 제로(0) 수준까지 낮췄다.
노아름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이번 보수 인하는 투자자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고 연금 투자 파트너로서 장기 투자자에게 유리한 환경을 지원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KB자산운용이 오랫동안 지켜왔던 ETF 3위 자리를 뺏기자 파격적인 보수 인하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10일 ETF 순자산 14조 4275억 원으로 KB자산운용(14조 4088억 원)을 제치고 3위에 올라서며 두 운용사 간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지난해 7월 RISE로 ETF 브랜드를 바꾸면서 글로벌 자산 ETF 13종의 수수료를 연 0.01%로 낮추고도 역전을 당하자 추가 인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KB자산운용마저 보수를 대폭 인하하자 운용 업계에서는 ‘모두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달 6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S&P500과 나스닥100 ETF 2종의 수수료를 연 0.07%에서 0.0068%로 낮춘 지 불과 하루 만에 삼성자산운용이 동일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 수수료를 0.0099%에서 0.0062%로 인하하면서 보수 경쟁이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도 ETF 수수료 치킨 게임을 주시하고 있다. ‘제 살 깎아 먹기’식 보수 경쟁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운용사들이 투자하고 성장할 여력마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대형 운용사들이 수수료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과도한 경쟁으로 질적 서비스를 제고하는 것을 간과하는지 주시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산운용 업계가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수수료 문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질적 개선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