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3캠퍼스(9공장 이상) 부지 매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인천시가 요구한 분담금과 공장 건설 시기 등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의견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매년 실적기록을 갈아 치우며 지역경제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는 만큼 인천시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말 송도 11공구 첨단산업 클러스터 산업시설용지(Ki17, Ki18, 1-첨C9블록) 매각 공고에 단독 입찰했지만 ‘부적격’ 판정을 받아 유찰됐다. 이 부지 면적은 18만 7827㎡로 삼성바이오로직스 2캠퍼스의 절반 수준이다. 공급 가격은 약 2249억 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 부지를 얻기 위해 입찰에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신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 부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1캠퍼스 맞은편, 2캠퍼스 옆에 있어 가장 유력한 3캠퍼스 부지로 거론되어 왔다. 현재 8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를 확보했기 때문에 이 부지는 9공장 이상 3캠퍼스를 짓기 위한 부지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용지공급 지침서에 명시한 △시설 건립 의무 △산업육성기금 조성 및 운영 의무 항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추후 재공고가 나가더라도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여부는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장 건설 시기에서 양측 이견이 컸다. 인천경제청은 시설 건립 의무로 ‘토지매매계약 체결일로부터 1년 이내에 사업계획서의 제조·연구 시설을 착공해야 하고 4년(사업 이행기간) 이내에 사업계획 이행 완료(사용승인을 득)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년의 사업 이행기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캠퍼스(5~8공장) 완공 목표 시점이 2032년인 만큼 이후 착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분담금 문제에서도 양측 의견이 맞지 않았다. 인천경제청은 ‘사업자는 사업용지 공급가격의 10% 이상 금액을 3년 이내 인천지역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육성기금(산업육성기금)으로 출연 및 운용해야 한다’고 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급가격이 2249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약 225억 원을 분담금으로 내야 해 부담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추후 공고를 확인한 뒤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칫 부지 확보가 늦어지면 증설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하반기 4공장을 풀가동하고, 4월까지 5공장을 준공할 계획이다. 6공장 가동 목표 시점은 2027년이고, 7·8공장 완공 목표 시점은 2032년이다.
업계에서는 전국 지역자치단체는 물론 세계 각국이 자국 기업을 유치하려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인천시가 투자 기회를 걷어찼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인천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매출은 4조 547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1% 늘었고 올해 매출은 5조 5705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총 4954명을 고용해 인천경제자유구역 내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법인세비용은 2342억 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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