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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빛 좋은 개살구된 납품대금연동제

임지훈 테크성장부 차장





“납품대금연동제 덕을 봤다는 중소기업 대표를 본 적이 있습니까.”

국내 대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최근 ‘납품대금연동제가 어떠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이같이 반문했다. 그는 “납품대금연동제로 추가로 돈을 받았다고 하는 업체는 고사하고 연동제가 적용된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는 업체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2023년 10월 시행된 납품대금연동제는 납품가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원재료의 가격이 10% 이상 오를 경우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하도록 한 제도다. 이명박 정부가 불공정하도급 관행 개선 방안으로 2008년 처음으로 도입을 추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행 시점 기준으로 중소기업계의 15년 된 숙원이었다.

중소기업이 그토록 오랜 기간 도입을 원했던 제도지만 시행된 지 1년이 훌쩍 지난 지금 현장의 분위기는 싸늘하기만 하다. 이유는 제도가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수탁·위탁 기업이 납품가 연동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경우 제도를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이 지목된다. ‘갑’이 드러내놓고 합의를 강요하지 않더라도 ‘을’이 눈치껏 알아서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연동제 적용을 위해서는 을이 원가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데 그 경우 납품가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어 미적용을 원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적용 대상 기업 중 30~50%에 달하는 기업이 연동제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연동제를 적용하기로 한 경우에도 맹점은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기준가를 원화가 아닌 달러로 정할 경우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은 공급사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연동제 적용 대상에 전기와 운송 연료 등 에너지 비용이 포함되지 않는 점도 주물 업계를 비롯한 중소기업계가 요구하는 개선 사항이다.

중소기업이 어려우니 연동제를 통해 무조건 중소기업을 배려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일부 업종의 경우 대기업이 원자재 공급사로서 연동제의 수혜 기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관련 부처의 관리 감독 강화가 됐든, 입법기관의 제도 수정·보완이 됐든 제도의 도입 취지를 살릴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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