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 업계에 충격을 안긴 중국의 생성형 AI 개발사 딥시크가 자체 칩 개발을 검토한다. 미중 갈등으로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아예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시도다.
1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는 최근 AI 칩 개발을 위한 하드웨어 기술 엔지니어 채용 공고를 냈다. 채용 대상은 칩 아키텍처, 회로 설계, 제조 공정, 패키징 기술 등을 포함한 칩 하드웨어 기술 구현과 관련한 사실상 전 분야다. 직무 요구 조건으로 AI의 핵심 하드웨어인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세부 구현 과정 전반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회사는 특히 중점적으로 보는 하드웨어 기술 동향 시기를 ‘향후 3~5년’으로 적시했다. 단기간 내의 시장 진입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딥시크는 “(채용자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제품·기술 로드맵을 위한 의사 결정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딥시크가 생성형 AI 모델 개발을 넘어서 자체 AI 칩 제조에 대한 초기 사업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해석한다.
딥시크가 자체 칩 개발을 검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성능 AI 반도체 확보가 필수적이어서다. 미국 등 경쟁국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H100과 같은 고성능 AI용 GPU를 확보해 기술 고도화에 나서는 반면 딥시크 등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로 칩 확보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AI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 딥시크의 R1 모델은 이 같은 이유로 H100이 아닌 구형 저사양 칩인 H800을 주로 사용해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경쟁 속에 AI 모델의 성능 경쟁 속도가 날이 갈수록 빨라지는 상황에서 칩 확보의 어려움으로 경쟁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발현한 결과로 보인다.
같은 이유로 중국은 화웨이·알리바바 등 주요 IT 기업들을 통해 자체 AI 칩을 제조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딥시크는 자체 칩 제조와 중국 내 칩 생태계 합류 등의 방안을 검토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딥시크의 제조 시장 진입 가능성에 대해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는 “딥시크 쇼크의 가장 큰 의미는 고성능 AI 칩을 통한 AI 모델 경쟁에서 ‘최적화’가 답이 될 수 있다는 해법을 준 것”이라며 “최근 칩 엔지니어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자체 모델에 적합한 칩을 개발하기 위한 장벽도 많이 낮아진 상태라 (진입)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딥시크의 하드웨어 시장 공략은 ‘추격자’인 한국 입장에서 또 다른 위협이 될 수 있다. 당장 퓨리오사AI·리벨리온 등 팹리스 AI 칩 개발사들이 도전을 받게 된다. 중국 내 칩 생태계가 활성화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추격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주요 추격 전략인 ‘인재 빼가기’ 또한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