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아마존 등 미국 주요 빅테크들을 회원사로 둔 ‘미국 컴퓨터 및 통신산업협회(CCIA)’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 공정거래위원회에 플랫폼 법안에 대한 우려가 담긴 의견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정부는 물론 민간까지 플랫폼법을 한국의 주요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지목해 공격해오면서 공정위의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CCIA는 지난달 공정위 측에 전달한 의견서를 통해 “이 법안이 구글·메타·애플 등 미국 기업을 차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법은 점유율과 이용자 수가 일정 기준을 넘은 플랫폼 기업이 끼워팔기 등 불법행위를 할 경우 관련 매출의 최대 8%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고 임시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당초 시장 영향력이 큰 플랫폼을 미리 지정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속히 대응하도록 하는 ‘사전지정제’를 추진하다가 업계 반발이 일자 위법이 발생했을 때 기업을 조사하도록 하는 ‘사후추정제’로 골자를 변경했다. CCIA는 그러나 사후추정제 역시 차별의 소지가 크다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CCIA의 의견에 공정위는 “국내외 기업이나 특정 국가를 타깃으로 해 차별하는 법을 집행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공정거래법 개정 의지를 굽힐 생각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지명자는 이후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한국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움직임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CCIA가 우리 공정위와 의견을 교환한 뒤 미 정부에 제출한 리포트가 트럼프 행정부 정책 기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플랫폼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 법이 자칫 미국의 보복 관세 무기로 작동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법 개정은 정부의 고유 권한이지만 정부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고 더 큰 국익을 해칠 수 있다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법 개정안을 발의한 여당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바뀐 통상 환경이 중요한 변수가 됐다며 플랫폼법 법안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통상 문제는 대한민국 전체에 영향을 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돼서 통상 압력이 거세졌고 새로운 사항이 생겼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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