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가 매각을 추진 중인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몸값이 최대 5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매각 자문사 선정을 위한 투자은행(IB)들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18일 IB 업계에 따르면 센트로이드는 다음 주부터 테일러메이드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시작할 예정이다. 최근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중국·중동계 큰손이 관심을 표명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오며 국내외 IB 상당수가 경쟁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앞서 센트로이드는 2021년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테일러메이드를 약 17억 달러(당시 약 2조 원)에 인수했다. 당시 매각 자문사는 모건스탠리였다. 이번에도 다수의 외국계 IB와 국내 회계법인들이 센트로이드와 사전 접촉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골프 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특히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관심이 많다”며 “글로벌 사모펀드와 골프 산업에 관련 있는 기업들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매물”이라고 평가했다.
업계는 이번 매각전에 앞서 센트로이드와 국내 의류 회사 F&F(383220)의 껄끄러운 관계에 대해서도 적잖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센트로이드가 인수를 위해 조성했던 펀드에는 F&F가 전체 절반에 해당하는 자금을 대며 최대 출자자(LP)로 이름을 올렸다. 펀드 지분 50.7%를 취득한 F&F는 당시 센트로이드로부터 우선매수권과 매각 사전동의권을 획득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테일러메이드를 직접 인수하겠다는 의지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일러메이드에 글로벌 큰손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관측되자 사실상 F&F가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가가 실제 4조~5조 원에 책정되면 F&F의 현 재무 여력상 우선매수권을 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동의권을 활용해 매각 자체를 막아서기도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펀드에는 F&F 외에도 새마을금고와 농협중앙회·신협중앙회 등 기관들이 대거 출자금을 보탰다. 이들은 회사를 높은 가격에 매각하고 이른 시일 내 수익금을 배분받기를 원하고 있다. 대부분 출자 기관들이 일반 서민들의 자금을 받아 운영되는 금융기관이라는 점도 F&F에는 불리한 요소다.
F&F는 이번 매각전에서 우선매수권·동의권 등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면 추후 민사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따져보고 있다. 이마저도 회사가 입는 손해를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실제 높은 가격에 매각이 되면 가장 큰 자본 차익을 거둬가는 쪽은 F&F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센트로이드는 이날 그간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어왔던 중국 기업 그린소스인터내셔널에 대한 배당금 약 74억 원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2017년 투자 이후 8년 만의 회수다. 센트로이드는 당시 75억 원 규모의 그린소스 전환사채(CB)에 투자했다가 이 기업이 기업공개(IPO)에 실패하면서 고초를 겪었다. 정진혁 센트로이드 대표는 “출자자들의 수익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가치를 보여준 대표 사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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