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차세대 모바일 메모리로 꼽히는 저전력광폭입출력(Low Power Wide I/O·LPW) D램을 3년 뒤 선보인다. LPW D램은 고성능·저전력에 특화돼 ‘모바일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주목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을 위한 차세대 LPW D램으로 모바일 메모리 시장 1위 지위를 굳힌다는 구상이다.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은 17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반도체학회 ‘ISSCC 2025’ 기조연설에서 “온디바이스 AI에 최적화한 LPW D램이 적용된 첫 모바일 제품이 2028년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LPW·LLW D램의 구체적 출시 시기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LPW는 LLW 또는 ‘커스텀 메모리’로 불린다. 차세대 메모리로 부상해 관련 규격 제정이 진행되고 있어 업계에서 통용되는 명칭이 다양하다. 다만 명칭과 상관없이 입출력 통로를 늘리고 개별 통로의 속도를 낮춰 전력 소모량을 줄이면서 성능을 높인다는 목적은 같다. 여기에 전기 신호의 통로를 곡선에서 직선으로 전환하는 버티컬 와이어 본딩(VWB) 패키징 기술도 적용한다.
삼성전자는 LPW D램의 목표 성능도 높였다. LPW D램은 최신 모바일 메모리인 LPDDR5X 대비 입출력 속도가 166% 개선돼 초당 200기가바이트(GB)를 넘고 전력 소모는 54% 줄어 비트당 1.9피코줄(pJ)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대만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에서 LPW D램 성능이 LPDDR5X 대비 133% 높다고 밝혔는데 반년이 채 되지 않아 목표치를 끌어올린 셈이다.
송 사장은 구체적인 LPW D램 탑재 대상 기기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다양한 온디바이스 AI 기기에 쓰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력 소모량을 극단적으로 줄여야 하는 동시에 AI 연산 요구가 큰 웨어러블 기기 등에도 탑재 가능성이 높다.
송 사장은 “전통적 접근법으로는 성능과 전력 소모를 동시에 잡는 궁극적 해법을 찾기 힘들다”며 “입출력 단자 증가와 버티컬 와이어 본딩 적용으로 모바일 AI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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