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반도체 기술 전문가를 중심으로 이사회를 재편해 ‘초격차’ 회복에 나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사법 리스크에 발이 묶여 등기임원 복귀를 미뤘다.
삼성전자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다음 달 19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임기 종료를 앞둔 이사들을 대체할 새 후보자를 선임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6명 등 모두 10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에서 박학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업지원TF 담당(사장)으로 이동하며 이사직에서 물러나 사내이사가 3명으로 줄었다. 임기가 끝나는 사내이사는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과 이정배 상담역(전 메모리사업부장)으로 지난 인사에서 유임된 노 사장은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
이 상담역 자리는 새 반도체 수장을 맡은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겸 메모리사업부장 부회장이 선임된다. 여기에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을 새로 추가해 사내이사 4명 체제를 다시 갖출 예정이다.
사외이사 중에서는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김한조 전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이 다음 달 사외이사 최대 재직 연수인 6년을 채워 퇴임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전문가인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새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2001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인 이 교수는 서울대 시스템반도체 산업진흥센터장과 서울대 인공지능반도체 대학원 사업단장, 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등을 맡고 있다. 첫 3년 임기를 마치는 김준성 싱가포르국립대 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와 허은녕 서울대 공대 교수,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재선임될 예정이다.
이로써 다음 달 주총 이후 삼성전자 이사회 10명 중 반도체 전문가는 1명에서 3명으로 대폭 증가한다. 앞서 기술 전문가보다 관료 출신 이사들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이사회 재편으로 반도체 초격차 회복에 집중할 수 있는 진용이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 이사회 의장은 현재 사외이사인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고 2020년 2월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이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이번에도 빠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사내이사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며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도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뿐이다.
한편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이 회장이 등기임원으로서 ‘책임 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날 서울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열린 3기 준감위 정례회의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삼성 사외이사는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분들로 구성됐다”며 “(이 회장이) 그런 분들과 자주 소통하며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전면에 나서 지휘해 주길 바라는 목소리들이 있기에 등기이사 복귀를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도 많은 고민이 있겠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용기 있는 선택을 할 필요도 있다”며 “사법부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조만간 신속하고 현명한 판결로 경제인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 주실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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