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분할이 거론되고 있는 인텔 설계 사업부에 브로드컴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인텔 파운드리 지분 20%를 TSMC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중이라는 소식에 이은 연이은 ‘입질’에 이날 인텔 주가는 16% 급등했다.
18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전장보다 16.06% 오른 27.39달러로 마감했다. 지난해 8월 1일 이후 최고점이다. 연이어 등장한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각각 대만 TSMC와 브로드컴이 인텔 파운드리·설계사업부 지분투자·인수를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소식은 지난주 말 전해졌으나 전날 휴일로 미 증시가 휴장하며 이날 급등이 이뤄진 것이다.
TSMC와 브로드컴은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다. 현 인텔은 막대한 투자를 집행 중인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130억 달러 이상 적자를 기록 중이다. 반면 중앙처리장치(CPU) 등 칩셋 설계 사업부는 경쟁력 악화에도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파운드리 복귀로의 ‘보릿고개’를 견디지 못한 인텔은 지난해 말 팻 겔싱어 전 최고경영자(CEO)를 사실상 경질했고, 이후 새 수장을 찾지 못한채 임시 공동 CEO 체제로 유지 중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텔을 사업부별로 쪼개 매각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TSMC에게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 지분 20%를 인수하도록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골칫덩이인 파운드리에 ‘구원투수’가 등장할 가능성이 생겼다. 이는 TSMC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제안이다. 파운드리 1위인 TSMC 입장에서 경영권을 쥐지 못할 경쟁사에 투자할 동력이 크지 않다. 사실상 미 정부가 TSMC에게 투자를 강요하며 인텔 파운드리로의 기술 이전과 운영 노하우 전수 등을 요구하는 구도다.
반면 설계 사업부는 ‘알짜’다. 인텔은 AMD 등 경쟁사 대두에도 PC·서버용 x86 CPU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외 PC와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수많은 특허와 높은 기술력을 보유 중이다. 이에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여력이 생긴 브로드컴이 인텔 설계 사업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브로드컴이 VM웨어를 비롯한 연이은 인수합병(M&A)으로 괄목할 성과를 거둬왔다는 점도 시장의 이목을 끈다. 혹 탄 브로드컴 CEO는 인텔 차기 CEO로도 물망에 올랐던 인물이다. 번스타인의 분석가 스테이시 라스곤은 “혹 탄 CEO는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혁신을 유지하는 능력을 발휘해 왔고 인텔 CPU 사업은 지금 그대로도 브로드컴 반도체 포트폴리오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브로드컴의 주식 가치가 과거보다 훨씬 높아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할 수 있어 매우 매력적인 거래”라고 평가했다.
최근 주목 받고 있으나 반도체 업계 ‘새우’인 브로드컴이 ‘고래’인 인텔을 집어삼킬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공존한다. 브로드컴은 기존 M&A 부담에 582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보유 중이다. 중국 등이 브로드컴의 인수 시도에 허가를 내줄지도 관건이다. WSJ은 “브로드컴 주가는 최근 들어서야 역사상 처음으로 주가수익비율(PER) 30 이상으로 거래됐다”며 “인텔 상황이 절박하지만 중국은 미국 반도체 회사를 도울 동기부여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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