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소득세 60조 원 돌파를 두고 “초부자들은 감세해주면서 월급쟁이는 사실상 증세해왔다”며 현 정부 세금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직장인이 낸 근로소득세가 지난해 처음으로 60조 원을 넘어서며 국세수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법인세수 규모에 육박하자 현 정부가 기업과 초고액 자산가들의 세금을 깎아준 것이 문제라고 저격한 셈이다.
하지만 기업 실적 부진 탓에 법인세가 크게 줄어든 원인을 제쳐두고 ‘초부자 감세, 월급쟁이 증세’ 프레임을 앞세워 갈라치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월급쟁이는 봉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지난해 월급쟁이가 낸 세금 60조 원 돌파’라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물가 상승으로 명목임금만 오르고 실질임금은 안 올라도 누진제에 따라 세금이 계속 늘어난다”며 “고칠 문제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계속된 물가 상승에 명목소득이 상승했고 여기에 맞춰져 있는 세율도 조용히 오르는 ‘인플레이션 증세’ 문제를 꼬집은 것이다.
이 대표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겠다’면서도 “(기업 등) 초부자들은 감세해준다”는 단서를 달아 마치 현 정부가 기업 법인세와 초고소득층의 세금은 경감시켜주면서 ‘월급쟁이’에게만 증세를 했다는 식으로 몰았다.
하지만 법인세의 국세 비중 감소는 반도체 실적 악화 등 주력 기업의 이익이 줄면서 납부 세금이 줄어든 것일 뿐 감세 등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 특히 소득세 과세표준 5000만 원 초과 구간은 지난 17년째 요지부동이다. 여기에는 민주당이 부자 감세를 이유로 세율 인하나 과표 조정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인 탓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의 업로드에 야당은 곧바로 화답했다. 이달 26일 당 비상설특별위원회인 ‘월급방위대’ 회의를 열어 소득세 구간별 과세표준을 매년 물가 상승률만큼 높이는 세법 개정안 등을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월급방위대는 직장인 비과세 식대 한도 확대 및 부양가족 중 자녀 기본 공제 기준 상향 조정 등의 정책 추진도 공언한 바 있다.
이런 공제 혜택 확대도 검토할 필요는 있지만 과표 구간 재설정 등 보다 근원적인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야당이 검토 중인 물가연동제 방식은 물가 상승이나 인하에 따라 수시로 소득세 과표 구간이 달라져 혼선을 유인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과표 구간 조정의 경우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중을 줄이는 이슈와 함께 논의해야 돼 민주당이 외면한 측면이 크다.
한편 우클릭 행보를 연일 이어가는 이 대표가 민주당은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언급한 뒤 당내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했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고 쏘아붙였다. 또 “내 집 버리고 남의 집으로 가는 것(박광온 전 원내대표)” “정계 개편을 해야 할 상황, 유승민과 안철수와 통합해야(민주당 원외 모임 ‘초일회’)” 등의 반응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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