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2023년 7월 실무에 착수한 지 19개월 만이다. 당초 정부는 2038년까지 소형모듈형원전(SMR) 1기와 대형 원전 3기를 신설할 계획이었지만 국회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대형 원전 신설 계획은 2기로 줄었다.
산업부는 21일 전력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11차 전기본을 확정했다. 전기본은 향후 15년간의 수요 전망과 공급 계획이 담긴 문서로 2년마다 한 번씩 새로 작성한다. 2023년 7월 작성을 시작한 11차 전기본은 지난해 확정돼야 했지만 신규 원전 건설 규모를 둘러싼 야권의 반대 탓에 역대 전기본 중 가장 늦게 채택됐다. 국회 협의를 거치며 당초 3기였던 1.4GW급 대형 원전(APR-1400) 신설 계획은 2기로 축소됐다. 대신 그 빈자리는 태양광이 메꿨다.
11차 전기본은 AI·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발생하는 전력 수요를 처음 감안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신설로 인한 전력 수요까지 반영하다 보니 전기 목표 수요는 2038년 128.9GW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추계 기간(2024~2038년) 중 연평균 1.8%씩 늘어난 결과다. 최근 여름·겨울철 최대 전력 수요가 100GW 안팎이므로 14년 만에 전력 소비가 약 30% 가까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산업부에 따르면 2038년 반도체 산업의 전기 수요만 해도 15.4GW에 달할 예정이다. 2038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10차 전기본에서 1.4GW로 추산했지만 11차 전기본에서는 4.4GW로 늘려잡았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산업과 일상의 전기화로 인한 추가 수요는 11GW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산업부는 이같은 급격한 전기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2038년까지 10.3GW의 신규 전력 공급 설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1.4GW 원전 7기가 넘게 필요한 용량이다. 정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설비를 크게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등을 고려해 무탄소 전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5년 39GW인 신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2038년 121.9GW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중 태양광이 77.2GW, 풍력이 40.7GW를 차지한다. 당초 실무안에서는 119.5GW의 재생에너지가 보급될 것으로 봤지만 조정안에서 출력 제어율을 소폭 조정하면서 전망치가 늘었다. 여기에 더해 2035년~2036년 사이 0.7GW 용량의 SMR을 신설하고 2036년~2038년 사이에는 대형 원전 2기를 새로 건설한다.
2036년까지 노후 석탄 발전소 28기는 모두 폐지해 LNG 발전소로 전환할 예정이다. 2036년~2038년 사이 수명이 도래하는 석탄·LNG 발전소 12기는 양수와 수소 등 무탄소 전원으로 교체할 방침이다. 현재 추진 중인 원자력 발전소(새울 3·4호기, 신한울 3·4호기)는 계획대로 건설한다.
정부 계획대로 설비가 보강되면 무탄소 발전 비중은 2023년 39.1%에서 2030년 53.0%를 거쳐 2038년 70.7%까지 늘어나게 된다. 원전 비중은 2030년 31.8%까지 늘어난 뒤 2038년 35.2%까지 증가한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2030년 18.8%, 2038년 29.2%가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존보다 400만 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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