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추진에 나선 상법 개정안에 대해 우리 경제와 기업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재차 우려를 표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전히 개정안의 부작용에 대해 재계나 기업 측에서 우려하는 부분들이 있다”며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한번 같이 놓고 어떤 것이 일반 주주를 보호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심도 있게 논의하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야당 주도의 상법 개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보다는 지난해 말 정부가 내놓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기업의 자율 경영을 보장하면서도 일반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비상장 중소·중견 기업까지 적용 범위에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과 달리 상장 법인의 합병 등의 경우에만 한정해 적용한다.
금융당국은 그간 상법 개정안에 대해 수차례 우려를 제기해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상법 개정안에 따라 기업 이사진의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주주들의 소송도 늘어날 것”이라며 처음으로 공식적인 반대 의견을 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2일 “상법 개정과 관련해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은 기존 상법 체계와의 정합성 관점에서 문제 제기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을 중점 과제로 내세운 금융당국의 고심도 깊어졌다. 주요 경제단체들이 상법 개정안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상장기업들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참여 동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과는 별도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담고 있는 의무공개매수, 합병비율 산정 방식 개선, 물적 분할 시 모회사 일반 주주에 대한 자회사 공모 신주 우선 배정 등의 내용도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금융 당국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흔들림 없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은행권의 ‘이자장사’ 논란에 대해서는 “대출 금리도 가격이기 때문에 시장 원리가 작동해야 한다”며 “이제는 (시중은행들이 낮아진 기준금리를) 반영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직접적으로 금리에 강하게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금감원이 (은행의 대출)금리 결정이 시장 원리에 따라 되고 있느냐 하는 부분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포함한 가계대출 세부 관리 방안을 오는 27일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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