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가 기술주 하락과 우량주 중심 저가 매수로 혼조 마감했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위험 회피 심리가 뒤섞인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하루 뒤로 예정된 인공지능(AI) 대표주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중이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전통적 우량주로 구성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37% 오른 4만3621.16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47% 내린 5955.25,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지수는 1.35% 하락한 1만9026.39에 거래를 마쳤다.
소비자 신뢰지수 급락이 시장의 공포를 키웠다. 경제분석기관 콘퍼런스보드(CB)가 이날 공개한 2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98.3으로 지난달보다 7.0포인트 내렸다. 2021년 8월 이후 최대 월간 낙폭으로 시장이 예상하던 102.5를 하회했다. CB 소비자 신뢰지수는 1985년을 기준점인 100으로 삼는다.
소득·노동시장에 대한 단기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지수는 같은 기간 9.3포인트 내린 72.9를 기록했다. 기대지수가 80 아래면 경기 침체를 예고한다고 본다. 기대지수가 80을 하회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로스 메이필드 베어드 프라이빗웰스매니지먼트 투자전략 분석가는 “최근 수년간 미국 경제의 강점으로 여겨왔던 소비자와 노동시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시장을 주도했던 테크주들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해 S&P500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팔란티어는 5거래일 연속 하락한 87.84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19일 수립한 역대 최고가 125.41달러에서 30%나 내린 수치다. 역시 AI 수혜주로 꼽혀온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11.76% 급락했다.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이날까지 지난해 회계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될 수 있다.
빅테크 그룹 '매그니피센트7(M7)’ 중 이날 상승한 종목은 아마존(0.04%)뿐이다.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1.51%)·애플(0.02%)·구글 모기업 알파벳(2.14%)·메타(1.59%)는 하락했다. 테슬라는 8.39% 폭락하며 시가총액 1조 달러가 붕괴됐다. 유럽시장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45% 급락했다는 소식이 낙폭을 키웠다.
시장은 26일 엔비디아 지난해 4분기(2024년 11월~2025년 1월) 실적을 지켜보고 있다. AI 랠리를 주도한 엔비디아가 ‘딥시크 쇼크’에도 성장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한다면 향후 테크주의 향방은 어지러워질 수 있을 전망이다.
테크주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며 S&P500에서는 필수소비재(1.69%)·헬스케어(0.86%)·산업재(0.53%)·소재(0.8%)·부동산(1.14%) 등 5개 종목이 주목 받았다. 자산관리사 딥워터어셋매니지먼트 관리 파트너 더그 클린턴은 “AI 거래는 이제 끝났다고 믿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점차 늘고 있으나 AI 붐이 아직 끝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안전자산인 미 국채도 인기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11bp(0.11%포인트) 낮은 4.283%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초 이후 최저선이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는 중이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Group)의 페드워치(FedWatch) 툴에 따르면 이날 장 마감 시간 기준 연준이 올 상반기에 기준금리를 25bp 이상 인하할 확률은 전날보다 6.4%포인트 오른 69.2%로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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