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3위 회사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삼성전자(005930)보다 먼저 10나노급 6세대 D램 시제품을 출하했다. 단일 D램 분야는 물론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메모리로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 역시 삼성을 누르고 기술 우위를 가져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10나노급 6세대 D램 시제품을 이들의 파트너 회사인 인텔, AMD 등 중앙처리장치(CPU) 회사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인텔과 AMD는 마이크론의 시제품을 자사 CPU와 연결해 호환성·성능 등을 테스트하고, 결과가 만족스러우면 대량 양산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이번 D램에서 첨단 공정인 극자외선(EUV) 노광을 처음으로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EUV를 사용하면서 웨이퍼 당 저장용량(비트)을 전작 대비 30% 이상 향상시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스캇 디보어 마이크론 CTO는 "우리는 EUV 기술을 전략적으로 사용하면서 AI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제품에 하이-K 메탈 게이트(HKMG) 공정을 적용해 전력 효율을 20% 이상 개선했다.
마이크론의 10나노급 6세대 시제품 출하는 세계 D램 1위인 삼성전자의 제품 로드맵보다 빠르게 진행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10나노급 6세대 D램을 지난해 말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현재까지 연구개발(R&D)도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당초 5월 안에 자체 양산 승인을 계획했지만 이마저도 하반기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론에 단일 D램은 물론 AI 시대의 핵심 메모리인 HBM 기술도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2월 세계 1위 AI용 GPU 회사인 엔비디아에 HBM3E 8단 제품을 대량 공급하기 시작했다. 한발 더 나아간 12단 개발 역시 작년 9월 마무리해 고객사의 퀄(승인) 테스트를 받고 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여태 HBM3E 12단 제품은 물론 8단 제품까지 엔비디아의 공급망 진입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전체 D램 매출 2위인 SK하이닉스(000660)와 비교하면 개발 속도가 늦은 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10나노급 6세대 D램 개발을 완료했고, 지난달 양산 테스트를 끝마치는 자체 '매스 퀄'을 내면서 대량 생산 준비를 마쳤다.
HBM3E 12단에서도 엔비디아 공급망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6세대 HBM(HBM4)에서도 이르면 상반기 안에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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