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인텔, 삼성전자(005930) 등 전통의 강자들을 제치고 지난해 매출 1위 반도체 회사로 등극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1위였던 인텔을 누르고 2위를 유지했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선두인 SK하이닉스(000660)는 글로벌 4위로 전년 대비 두 단계 뛰었다.
11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4년 세계 반도체 매출은 총 6559억 달러(약 952조 원)로, 전년(5421억 달러)보다 21.0% 증가했다. 이는 올해 초 발표된 예비 조사 전망치보다 약 300억 달러 증가한 수치다.
반도체 업체 순위도 변동이 생겼다. 당초 가트너는 삼성전자가 인텔을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최종 조사에서는 엔비디아가 급부상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120.1%나 성장하며 767억 달러로 선두에 올랐다. AI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GPU 수요가 급증하면서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2위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60.8% 증가한 657억 달러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급 불균형에 따른 급격한 가격 반등으로 D램과 플래시 메모리 분야 모두에서 상승세를 보이며 2023년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했다.
반면 인텔은 AI 수요의 수혜를 벗어난 영향으로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고작 0.8% 늘어난 498억 달러였다. 인텔은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대규모 감원을 진행하고 일부 공장 투자를 미루는 등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도 4년 만에 물러났다.
HBM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SK하이닉스의 매출은 전년보다 91.5% 성장한 442억 달러였다.
SK하이닉스의 성장률은 상위 10개 업체 중 엔비디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으며, 전체 순위에서는 두 계단 상승해 4위를 기록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반도체 위탁 생산만을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제외됐다. TSMC는 지난해 연간 순매출이 전년 대비 33.9% 증가한 2조 8943억 대만달러(약 886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힌 바 있다. TSMC를 포함하면 TSMC가 사실상 지난해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다.
가트너는 "지난해 상위 10개 반도체 공급업체의 매출 순위 변동은 AI 인프라 구축 수요 급증과 함께 글로벌 메모리 매출이 73.4%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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