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최근 한국 기업인들과의 면담에서 ‘최소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의 투자를 원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0억 달러 이상 투자 시 지원한다는 미국의 조건은 충분히 맞출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26일 미국 워싱턴 D.C. 출장을 위해 찾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10억 달러 이상 투자 시 특혜를 준다는 러트닉 장관의 발언은 각국이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제공하고 있는 여러 특혜를 금액 기준으로 설명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러트닉 장관이 21일(현지시간) 우리 기업들을 만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투자 정책’에 서명했는데, 이 내용을 밝히는 차원이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각서에서 동맹국의 대미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객관적인 기준에 입각한 패스트트랙 절차를 신설하겠다고 했으며, 10억 달러를 넘는 대미 투자에 대한 환경 평가를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관련해 “현재 투자 특혜 조건으로 (10억 달러 이상이라는) 금액이 발표된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그간 투자한 것과 앞으로 투자할 부분을 고려하면 충분하다”며 “기업들의 투자에 대해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이 그간 상당히 다각적으로 투자 전략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방미를 앞두고 24일 현대차그룹 고위 경영진과 비공개로 회동하는 등 재계 고위층과의 개별 접촉도 진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편 안 장관은 28일까지 워싱턴 D.C.에서 미 행정부 및 의회 주요 인사들을 만나 한미 통상·산업·에너지 분야 협력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안 장관은 “러트닉 장관을 비롯한 미 행정부 핵심 인사들을 만날 계획”이라며 “조선, 에너지, 첨단산업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한미 양국 산업 생태계가 같이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부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어떤 조건과 상황 아래 있는지 협의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안 장관은 또 이번 방미의 주된 목표를 ‘한미 간 협상 플랫폼 구축’으로 꼽았다. 안 장관은 “한 번의 협상으로 끝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양국 간 협의체를 구축해 앞으로 계속해서 (관련 문제를) 협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번에 해당 부분에 대한 협의를 중점적으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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