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잠잠해졌지만, 지금까지 누적된 환율 급등 영향에 물가 상방 압력은 하반기까지 남아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 시차를 두고 물가를 올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7일 ‘환율의 장단기 물가 전가효과 분석’을 통해 소비자물가에 대한 원·달러 환율의 전가효과는 환율 변동률 10%포인트 상승시 3개월 물가에 영향을 주는 단기효과는 0.28%포인트로 추정됐다. 4~12개월 사이 장기효과는 0.19%포인트로 나타났다. 환율의 소비자물가 전가는 환율 변동 후 9개월에 가장 커졌다가 이후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환율이 급등한 시기에는 단기효과보다 장기효과의 증가폭이 훨씬 컸다. 환율 급등기의 물가 전가효과는 단기효과가 0.31%포인트, 장기효과는 1.3%포인트에 이르렀다. 한은은 이에 대해 “가격 인상을 유보하던 기업들도 환율 상승이 장기화되면 가격 인상에 동참하면서 환율의 물가 전가 효과가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며 “향후 환율이 다소 하락하더라도 그간 환율이 급등하였던 것이 금년 하반기에도 잠재적인 물가상승 요인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25일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종전과 같은 1.9%로 유지했다. 환율 상승분이 누적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남아있지만, 내수 부진으로 인한 낮은 수요 압력, 정부 물가안정 대책 등 하방 요인이 이를 상쇄한다는 평가다.
이번 조사에서 한은은 월평균 원·달러 환율이 3개월 연속 상승하고 기간 중 누적 상승률이 10% 이상이었던 시기를 환율 급등기로 분류했다. 2000년 이후 이 시기는 △2001년 1~4월 △ 2007년 11월~2008년 11월 △2021년 7월~2022년 10월 △2024년 10월~2025년 1월 등을 포함해 네 번이다. 한은은 환율 급등기 당시 환율 단기민감과 장기민감 품목을 나눴다. 이때 환율 단기민감 물가는 빠르게 급등락하는 모습을 나타낸 반면 환율 장기민감물가는 같은 기간중 등락폭은 훨씬 작으면서도 시차를 두고 환율 영향이 오랜 기간 나타났다. 장기민감 품목에는 외식 메뉴인 치킨, 칼국수, 소고기와 외식 제외 서비스 중에서는 국내 항공료, 승용차 임차료 등이 포함됐다. 이밖에도 소파와 내의, 선글라스도 환율 변동 이후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는 품목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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