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산 건축용 도금강판와 컬러강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진행한다. 업황이 악화한 가운데 후판과 열연강판에 이어 건축용 강판까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도록 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동국씨엠(460850)은 세아씨엠·KG스틸(016380) 등과 함께 중국산 건축용 컬러강판과 도금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동국씨엠은 동국제강그룹의 도금·컬러강판 계열사다.
건축용 도금·컬러강판은 단색 샌드위치 패널이나 지붕·내벽 등 건축 내외장재로 주로 사용된다.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물량 기준 연 280만 톤, 금액 기준 3조 원 규모다.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도금·컬러강판이 무분별하게 국내로 유입돼 국내 내수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철강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건축용 도금·컬라강판 수입 물량은 2022년 76만 톤에서 지난해 102만 톤으로 34.2% 증가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쏟아져 들어오며 판매 단가 역시 톤당 952달러에서 730달러로 23.3% 하락했다.
특히 업계는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덤핑 조사가 시작될 경우 열연강판을 도금·컬러강판으로 바꿔 우회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 시장이 망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열연강판은 최소한의 도금 등 단순 후가공만 거쳐 손쉽게 도금·컬러강판류로 전환할 수 있다.
이미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은 건축법이 규정한 도금량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까지 품질이 떨어진 상황이다. 중국의 열연강판 수출 물량이 도금이나 컬러강판으로 둔갑해 수출될 경우 추가 품질 저하가 발생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 유통 중인 중국산 컬러강판의 도금량은 ㎡당 60g으로 건축법 규정인 90g에 한참 못 미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 도금강판과 컬러강판은 제조원조차 적혀 있지 않다”며 “도금 두께는 부식 문제와 화재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철강업계가 핵심 철강재에 대해 중국산 반덤핑 제소를 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7월 현대제철은 중국산 저가 후판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반덤핑 제소를 했고 이달 20일 산업부 무역위원회는 최대 38.02%의 잠정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현대제철이 제소한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조만간 반덤핑 조사를 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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