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장에서 손꼽히던 유망 업종인 조선주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주가가 지나치게 높게 형성됐다는 ‘고점론’ 우려가 일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선주는 여전히 유망 종목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수혜주였는데…외국인 자금 대거 이탈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가는 HD현대중공업(329180)(2314억 원), 한화오션(042660)(1475억 원), 삼성중공업(010140)(926억 원)을 대거 정리했다. 3대 조선주를 순매도했을 뿐만 아니라 HD현대미포(010620)(1690억 원), HD한국조선해양(009540)(926억 원),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886억 원)을 모두 팔아치웠다.
조선주에 대한 매매 양상은 지난달과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졌다. 외국인은 1월 한화오션을 1704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HD현대중공업은 263억 원, 삼성중공업은 163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2월과 비교했을 때는 매도세가 그리 강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간 조선주는 방산 업종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표적인 수혜 종목으로 평가되면서 한국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조선 산업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을 뿐만 아니라 대중 견제 기조에서 반사 이익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미 상원에서 동맹국에 한해 미 해군 선박 부품 건조 허용 법안이 발의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잘 나가던 조선주 하락 요인은…"밸류에이션 부담"
올해 들어 조선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고평가 우려가 있던 가운데 증권가에서 목표 주가를 내리자 투자 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전날에도 조선주는 부진을 면치 못했는데 한화오션(-3.59%), HD현대중공업(-4.55%), 삼성중공업(-0.66%), HD현대미포(-3.12%), HD현대마린솔루션(-1.19%), HD한국조선해양(-0.45%) 등이 코스피지수(0.41%) 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상승 여력이 부족하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며 “최선의 경우를 가정해도 현재 주가는 고평가 상태”라고 평가하면사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변용진 iM증권연구원은 “조선사 주력인 상선시장은 아직까지는 업황이 좋지만, 선가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올해 1월 들어 수주량이 감소해 향후 수주잔고 확보에 대한 우려가 다소 높아지고 있다”며 “미군 물량의 확보는 향후 감소할 수 있는 상선 물량을 대체할 수 있는 수주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조선주의 조정이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해 말 ‘트럼프 트레이딩’의 대표 종목으로 꼽힌 만큼 단기간 휴식 기간을 거쳐 다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이 중국 선사를 지속적으로 견제할 것으로 예상돼, 한국 조선사들의 수혜가 지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중국 조선사의 공급량(CAPA) 증가와 한국 조선사의 선별 수주로 중국 조선사의 수주가 급증했다”며 “중국 조선사에 발주한 선주들 입장에서는 향후 4년 간 트럼트 행정부에서 지속될 규제 장벽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연구원은 “지난해 발주된 선박의 평균 선가는 8515만 달러(약 1215억 원)로 입항마다 최대 100만 달러를 지불해야되는데 이는 적은 금액이 아니다”라며 “올해 현재까지 선박 발주 145만CGT 중 한국은 90만CGT(13척)로 62%, 중국은 27만CGT(21척)로 한국이 우세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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