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이 미국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와 손잡고 3000억 원대의 지분 맞교환을 포함한 인공지능(AI)·양자 사업 협력에 나선다. 특히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양자컴퓨터의 연산 성능을 동원해 AI 사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임으로써 글로벌 AI 기업으로의 체질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27일 아이온큐와 AI·양자컴퓨터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에이닷’과 ‘에스터’ 등 AI 에이전트(비서) 서비스, AI 데이터센터,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 서비스 등 자사 AI 기술 전반에 아이온큐의 양자컴퓨터 기술을 결합할 계획이다. 단순 제휴를 넘어 3000억 원대의 지분 맞교환을 통해 동맹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본지 1월 22일자 2면 참조
양사 협력의 핵심은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AI 인프라 강화다.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디지털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큐비트’ 단위로 빠르게 계산할 수 있어 현재 정보처리장치(CPU)는 물론 주력 AI 반도체인 GPU 서버를 대체할 차세대 연산 자원으로 주목받는다. 전 세계적인 GPU 수급난과 함께 양자컴퓨터 상용화도 시작된 상황에서 독자 기술을 가진 아이온큐와 선제적으로 동맹을 맺어 차세대 AI 인프라 경쟁에 대비하겠다는 게 SK텔레콤의 구상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양자 기술은 AI 발전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적 요소”라며 “AI 분야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선제적인 투자와 협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성장세가 꺾인 통신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AI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첫발로 AI 인프라를 확보하는 데 집중해왔다. 지난해 말 판교, 가산 등에 최대 기가와트(GW·10억 W) 전력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AI 인프라 슈퍼 하이웨이(고속도로)’ 계획을 발표했다. AI 데이터센터는 CPU 대신 GPU를 탑재하고 냉각과 전력 최적화 신기술을 적용해 AI 연산에 특화한 인프라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사에게 GPU 자원을 빌려주는 기업간거래(B2B) 사업인 GPU 클라우드 서비스도 출시했다. 다음 달 3일(현지시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에서는 아예 통신기지국을 AI 연산 자원으로 활용하는 ‘AI 기지국(AI랜)’ 기술을 시연한다.
SK텔레콤과 관계사 SK스퀘어는 아이온큐 주주로 참여해 지속적인 협력 확대도 꾀한다. SK스퀘어의 양자암호통신 자회사 아이디퀀티크(IDQ)의 지분을 전량을 아이온큐에 넘기고 같은 가치의 아이온큐 지분을 획득하는 맞교환을 통해서다. 현재 SK 측이 가진 IDQ 지분율은 약 70%, 아이온큐의 인수금액은 2억 5000만 달러(3600억 원) 수준이며 5월께 인수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온큐도 양자암호통신 사업 등의 시너지가 가능해 수년 전부터 IDQ를 눈여겨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양자통신으로 양자컴퓨터 여러 개를 연결함으로써 고성능의 양자 클러스터를 구축할 수 있다”며 “또 아이온큐가 IDQ라는 지역 거점이 생긴 만큼 한국 진출 가능성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IDQ는 2018년 SK텔레콤이 700억 원에 인수한 양자암호통신 분야 강자다. 양지난달 국내 최초로 국가 보안인증을 받은 양자키분배(QKD) 장비 등을 개발했다.
아이온큐는 ‘이온트랩’ 방식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이온트랩은 양자컴퓨터 연산에 쓰이는 입자를 일종의 전기적 덫(트랩)에 가둬 빛·공기 등 외부 영향으로부터 보호하는 기술이다. 입자가 0과 1의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큐비트 상태를 유지하려면 외부와 차단돼야 한다. 영하 270℃ 수준의 극저온 환경을 만들어 외부 영향을 최소화하는 구글·IBM 등 빅테크의 초전도체 방식과 구분되는 독자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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