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이 30년 가까이 이어온 우즈베키스탄 면방 사업을 매각한다. 저수익 사업과 비핵심 자산 125개를 정리해 2조1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구조개편 작업의 일환이다. 3년 연속 적자를 낸 면방 사업을 축소·정리하고 에너지 부문 투자를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그룹 모태 둔 면방사업…장인화 칼날 못 피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우즈벡 면방 사업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즈벡 면화 재배용 토지나 공장 중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법인 자체를 통매각하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우즈벡 면방 법인의 공장 중 일부를 매각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현지 면방 사업에서 완전 철수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지 최대 생산기업인 우즈벡 면방법인의 역사는 대우그룹이 자동차·가전 등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던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국내 대표 대기업 중 하나였던 대우는 1990년대 초부터 우즈벡 현지 사업에 적극 진출했다. 1992년 우즈벡 정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대우그룹은 현지 법인을 세우고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우즈벡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예상외로 대우자동차의 차량이 우즈벡에서 큰 인기를 얻자 김우중 당시 회장은 현지에서 차량을 생산해야 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1996년 ‘우즈대우’ 법인을 설립하고 아사카에 공장까지 세웠다. 대우그룹은 자동차 외에도 전자제품, 가전, 건설, 인프라 사업 등을 우즈벡 현지에서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포스코인터의 전신인 (주)대우도 1996년 세계 5대 면화 생산국인 우즈벡에 법인을 설립하고 면방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우그룹이 당시 중앙아시아의 맹주로 불린 우즈벡 공략에 힘쓰던 시기에 상사 회사로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면방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된 후에도 면방 사업은 꾸준히 확대됐다. 대우인터내셔널로 사명을 바꾼 후인 2006년에는 페르가나 면방법인, 2008년 부하라 면방법인을 잇따라 인수해 사세를 키운 뒤 2016년 대우 면방법인으로 통합해 사업을 일원화했다.
대우그룹의 우즈벡 사업을 물려 받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현재 현지에 방적 공장 3개와 제직 공장 2개를 운영 중이다. 직원 수는 포스코인터 소속 주재원 5명을 포함해 3000여 명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법인 자산 규모는 1074억 원이다. 포스코그룹에선 포스코인터가 유일하게 우즈벡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수요·공급 이중고에 적자법인 전락…'효자' 에너지 집중
포스코인터내셔널이 30년 전통의 우즈벡 면방 사업의 축소·정리에 나선 것은 면화 시장의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즈벡 면방법인은 2021년 매출 1903억 원, 순이익 37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탄탄해 포스코인터는 2022년 페르가나 지역에 5000헥타르 규모 목화 재배 사업에 신규 착수하는 등 투자를 늘렸다.
하지만 2022년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와 면화 공급 과잉으로 실적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우즈벡 면방 법인은 2022년 155억 원 적자로 전환한 데 이어 2023년에도 292억 원의 손실을 봤다. 지난해도 3분기까지 15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매출도 534억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는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의류 소비가 크게 줄어든 반면 브라질 등 신흥국세서 면화 생산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탓이다. 브라질은 기존 옥수수를 재배하던 땅에서 면화 재배에 들어가 2023년 세계 최대 면화 수출국에 올랐다.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이 겹치며 미국에서 거래되는 면화 선물가격은 3년 전 파운드당 1.55달러에서 이달 26일 0.67달러로 추락한 상황이다.
포스코인터는 면방 사업을 축소하고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에너지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앞서 회사측은 2023년 포스코에너지를 합병하기도 했다. 전남 광양에서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미얀마 가스전 사업, 호주 육상가스전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포스코인터는 철강 산업 부진 속에도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2조 3410억 원, 영업이익 1조 117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비중이 12.5%에 불과한 에너지 사업이 전사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인 6130억 원을 벌어들인 덕분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추후 3년간 3조 2000억 원을 에너지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에도 호주에서 개발 중인 가스전인 세넥스에너지의 증산을 위해 3000억 원을 투자했고 7월에는 광양 LNG터미널에도 20만킬로리터(㎘) 규모의 증설을 진행해 총 93만㎘까지 저장용량을 늘렸다.
속도 얻는 장인화號 구조 개편…돈 안 되면 다 판다
포스코인터의 우즈벡 면방 법인 축소·정리는 저수익 사업과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있는 포스코그룹 전체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중국 내 저수익 서비스센터 구조조정과 파푸아뉴기니 중유발전법인 매각 등 45개 자산에 대한 리밸런싱을 통해 6625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구룡마을 우선수익권, 행당동 상업시설 같은 저수익 자산뿐 아니라 서서울도시고속도로 등에 투자했던 단순 출자 주식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했다.
올해도 61개 사업의 추가 구조조정을 통해 1조 5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할 방침이다. 최근 포스코홀딩스는 2차전지 원료인 니켈 생산을 위해 중국 배터리 소재 회사 CNGR(중웨이)과 설립한 합작 법인인 포스코씨앤지알니켈솔루션을 청산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포스코홀딩스와 CNGR이 6대 4 비율로 지분을 투자한 니켈 정제 기업이다. 포스코그룹은 생산된 니켈을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소재로 활용하려 했으나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에 계획을 백지화했다.
포스코퓨처엠도 저부가 양극재를 생산하던 경북 구미 공장을 매각하고 하이니켈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는 캐나다 법인에 4894억 원을 현금 출자하는 구조조정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