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시장에서 디젤(경유)차의 퇴출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전동화 전환에 따라 디젤 엔진을 탑재한 신형 모델들이 점차 사라지면서 지난해 국내 디젤차 판매 비중은 처음으로 전기차에 추월을 허용했다. 다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유지비가 낮은 디젤차가 여전히 인기를 모으고 있어 눈길을 끈다.
28일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현대차(005380)·기아(000270)·KG모빌리티·르노코리아·한국GM 등 국내 5대 완성차 업체의 디젤차 내수 판매량은 6만 3399대로 1년 전 9만 6400대보다 34.2% 감소했다. 디젤차는 판매가 급격히 줄면서 역대 처음으로 전기차(7만 3169대)에 내수 판매량이 밀렸다. 연료 구분에 따른 차량 판매에서 디젤차는 가솔린(62만4733대), 하이브리드(35만 2797대), 전기차(7만 3169대), LPG(5만 9636대)에 이은 5위로 1년 만에 두 계단 내려앉았다.
디젤차가 단종 수순을 밟을 정도로 신차가 줄어 소비자 선택지에서 사라진 영향이 크다. 완성차 업체들은 강화된 환경 규제에 발맞춰 신형 모델에서 디젤차를 제외하고 하이브리드차·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현대차는 올 1월 선보여 선풍적 인기를 모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신형 팰리세이드에서 디젤 모델을 단종하고 하이브리드 모델을 처음 추가했다. 기아의 브랜드 최초 픽업트럭인 타스만도 지난달 국내에서 가솔린 모델만 출시됐다. 호주 등 해외에서 디젤 모델을 제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중고차 시장에서는 디젤차를 찾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 케이카(381970)가 3월 중고차 평균 시세를 분석한 결과 디젤 중고차의 시세는 전월보다 0.3%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고차 시세는 통상 매달 전월보다 1%가량 하락하지만 디젤 중고차는 강보합세를 이룰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유가 시대 유류비 부담이 커지자 안정적인 유지비를 갖춘 디젤차 선호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케이카 관계자는 “신차 디젤 모델은 이제 대부분 단종돼 중고차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며 “디젤 SUV의 경우 높은 연비와 내구성을 선호하는 소비자층의 수요가 이어져 가격이 쉽게 하락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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