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에 재도전하는 서울보증보험이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기관 다수의 주문을 희망 가격 범위(밴드) 하단인 2만 6000원 수준에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및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이 수준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면 당초 약속에 따른 배당수익률은 11%에 달하게 된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은 이달 20~26일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희망 가격 범위인 2만 6000원~3만 1800원 최하단인 2만 6000원에 다수의 주문을 확보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은 1500곳을 웃돌았지만 대부분 주문이 하단에 몰렸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상장 의지가 큰 만큼 2만 6000원 수준으로 공모가가 정해지고 이후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보증보험 공모가는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승인을 거쳐야 확정된다.
확정 공모가가 2만 6000원이 되면 공모로 신규 주주가 되는 투자자의 배당 수익률은 11.0%가 된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해 결산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4월 26일 1주당 약 2864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전체 2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3월 14일 코스피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기업공개(IPO) 및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투자자는 청약 후 약 한 달 만에 공모금액의 11%를 받는다. 1주당 배당금은 현재 확정된 상태여서 설령 공모가가 상단(3만 1800원) 수준으로 높아져도 배당 수익률은 9.0%에 달하게 된다.
서울보증보험은 2023년 상장을 시도했다가 기관 수요 부진으로 철회한 후 이번에 희망가 밴드를 낮추고 배당을 확대하는 등 주주 환원을 시장에 어필하고 있다. 시장 내 지위도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최대·유일 종합 보증보험회사로 다른 공적 보증 기관과 다르게 모든 보증보험을 상품으로 취급할 수 있다. 지급여력비율(K-ICS)이 444.8%로 업계 1위고 최근 10년 동안의 평균 배당 성향도 51.8%에 달한다. 이명순 서울보증보험 대표는 19일 IPO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2000억 원씩 배당을 하거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해 ‘국내 대표 배당주’가 되겠다”고 말했다.
다만 보호예수 기간 종료 이후 대주주의 꾸준한 지분 매도 가능성과 악화하고 있는 실적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보증보험의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지분 93.85%를 가지고 있다. 상장 후 1년 동안 보호예수에 따라 주식을 매각할 수 없지만 이후 투입 자금 회수를 위해 지속적인 매도에 나설 수 있다. 여기에 당기순이익이 △2022년 5252억 원 △2023년 4179억 원 △2024년 2110억 원으로 하락하고 있어 향후 주주환원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한계 차주에 대한 이자 상환 유예 등 정부 정책 지원이 종료되면서 실적이 악화했다”며 “구상금 청구를 통해 올해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예금보험공사가 지분을 매각하면 서울보증보험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병행해 주가 하락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적 개선을 위해 현재 400%를 웃도는 지급여력비율을 320% 수준으로 낮추고 대체 상품 투자 등 신사업 확대에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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