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금융권의 대출 환경이 개선됐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등 수도권과 달리 주택 시장의 매수심리 위축 현상이 심각한 만큼 금리 인하 효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5년간 양도세 100% 면제 등 강력한 세제 지원방안이 나와야 지방 부동산 시장의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 2872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10월(2만 3306가구)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방이 1만 8426가구로 전체의 약 80%를 차지했다. 부산(2268가구)과 대구(3075가구)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월보다 각각 20.3%, 15% 늘어나는 등 시장 침체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지방의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지난달 19일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도 내놓았다. 국토교통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3000가구를 직접 매입하고 기업구조조정(CR) 리츠 출시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지방의 악성 미분양 주택을 구매할 경우 디딤돌 대출 우대금리도 제공하고, 지방 은행에 대해 가계대출 경영계획 수립 시 경상성장률을 초과하는 대출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의 지방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통화당국도 보조를 맞췄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기준금리를 3%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2%대로 진입한 것은 2022년 10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와 관련 “시장의 예상대로 올해 금리를 2~3회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밝혔다. 한은의 금리 인하 이후 금융당국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2025년 가계부채 관리방안’ 사전 브리핑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분을 은행권 대출금리에 반영해야 한다”며 “시차를 갖고 우물쭈물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금융권을 재촉했다. 시중은행은 이에 조만간 기준금리 인하분을 대출 금리 등에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 같은 방안에도 불구하고 지방 부동산의 해빙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2월 마지막 주(24일 기준) 기준 지방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05% 하락했다. 대구(-0.11%) △경북(-0.10%) △광주(-0.06%) △부산(-0.06%) △대전(-0.05%) △경남(-0.04%) △전남(-0.04%) 등이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 제외 등 규제 완화 여파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지만 지방은 이 같은 온기를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라며 “지방에선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도 계속 늘어나는 등 투자심리가 전혀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방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위해선 세제 혜택이 동반돼야 한다고 평가한다. 현재 실수요만으로는 과잉 공급된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운 만큼 투자 수요가 발생해야 시장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한은이 앞으로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 기준금리가 2% 중반까지 떨어지더라도 지방 부동산 시장까지 자금 수요가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지방 부동산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초과인 상황인 만큼 5년간 양도세 100% 면제 등 세제 혜택이 동반돼야 수요가 받쳐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 역시 “지방 건설사들이 분양가의 15% 할인된 가격으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려고 하지만 시장에서 매물 소화가 되지 않고 있다”며 “지방 부동산 시장 위축이 계속 이어지면 지역 경기 침체와 실업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세제혜택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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