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대 청년 임대주택 기업 스케이프(Scape)와 미국 자산운용사 인베스코리얼에스테이트(Invesco·인베스코)가 한국에 사무소를 열고 전담 책임자를 신규 채용하는 등 국민연금 사로잡기에 나섰다. ‘연못 속 고래’로 불리던 국민연금이 글로벌 투자에 박차를 가하면서 한국이 아시아의 부동산 사모투자 허브로 진화한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케이프는 올해 상반기 중 서울에 국제사무소를 열 예정이다. 스케이프는 최근 파트너십을 맺은 국민연금과의 소통을 늘리고 다른 기관투자가들과도 물밑 접촉을 늘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스케이프가 국제사무소를 여는 것은 미국 보스턴에 이어 서울이 두 번째다.
미국 인베스코는 한국 전담 관리자 자리를 새로 만들고 황성택 피닉스프라퍼티인베스터스 전 대표를 이사급으로 영입해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황 이사는 모건스탠리와 라살자산운용 등을 거쳤다. 그는 인베스코에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넘게 재직하다가 지난해 말께 이사로 복귀했다.
스케이프와 인베스코는 기존 국민연금과의 투자 관계를 이어나가면서 추가적인 펀딩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스케이프는 올 1월 국민연금으로부터 7억 호주달러(6335억 원)를 출자받았다. 해당 자금은 호주 시드니에서 개발 중인 1000가구 규모 청년 임대주택 사업에 투입될 계획이다. 인베스코에는 국민연금이 2022년 9800만 달러(1430억 원)가량을 출자했다.
해외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잇따라 한국에 진출하면서 한국이 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투자 창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스케이프는 한국 국제사무소를 기반으로 아시아 전역에 진출할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라는 대규모 기관투자가와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 사모펀드 시장, 글로벌 투자사들의 진출 등을 감안할 때 서울이 홍콩과 싱가포르에 이은 아시아 금융 허브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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