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TV·모바일용 액정표시장치(LC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잠식을 넘어 확장현실(XR)용 디스플레이 시장까지 선점하고 있다. 메타 등 AR 글라스로 주목받는 미국 ‘빅테크’ 회사들과의 끈끈한 협력으로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034220) 등 한국 디스플레이 회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 회사 JBD는 메타의 AR 글라스인 ‘오라이언’ 시제품에 레도스(LEDoS) 디스플레이를 단독으로 공급하고 있다.다. JBD의 레도스는 이 안경의 핵심 부품이다. 사용자의 눈 앞에 각종 정보를 띄워주는 핵심 디스플레이 제품으로, 실리콘 위에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발광다이오드(LED) 소자를 올린 초소형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실리콘 위에 LED를 구현했다고 해서 ‘LEDoS(LED 온 실리콘)’라고 부른다.
JBD는 아직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 작은 회사이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메타도 AR 글래스 구현을 위해서는 이 회사와의 접촉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협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국내 대기업과 이 렌즈에 관한 협력을 제안했지만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향후 메타가 자체 개발한 레도스를 AR 글라스에 채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현재 AR용 렌즈 생태계에서 중국 회사가 유일하게 진입해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AR 글라스의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메타가 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메타는 지난해 9월부터 1000 대가량의 오라이언 시제품을 생산했는데 2027년에 양산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메타는 지난해 세계적인 안경 브랜드인 레이밴과 협력해 제작한 스마트 안경을 150만 대 판매했다. 올해는 판매량을 500만 대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레이밴의 스마트 안경에는 눈앞에서 정보를 주는 렌즈가 장착돼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고 있어 AR 글라스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만약 메타의 약진으로 AR 글라스 시장의 성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에 LCD·OLED는 물론 미래 먹거리 기술까지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론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 회사들 역시 확장현실(XR)용 렌즈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주로 증강현실(VR)용으로 많이 쓰이는 올레도스(OLEDoS) 생산에 집중하고 있어 확장성이 제한적이다. 그나마 확보하고 있는 올레도스 기술마저도 일본의 소니가 선점한 것으로 알려지며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IT 업계가 AR 시장과 마이크로 렌즈의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며 “한국 회사들 역시 관련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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