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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비율 석달새 0.6%P 급락…산은 건전성 ‘빨간불’

환율 뜀박질에 외화대출 부담 ↑

작년 4분기 13%대로 주저앉아

정책금융 확대로 더 악화 가능성

정부배당 축소 등 대책마련 필요

강석훈 산은 회장.




한국산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최근 석 달 새 0.6%포인트나 급락했다. 트럼프발 통상 압력과 글로벌 기술 전쟁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산은의 재무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5일 산은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산은의 BIS 비율은 지난해 연말 기준 13.75%로 전 분기 말 대비 0.61%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3년 말 이후 14% 선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다가 13%대로 추락한 것이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대출·투자금 등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 당국은 은행의 13%를 건전성 유지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산은의 BIS 비율이 급락한 것은 지난해 12월 원·달러 환율이 치솟은 영향이 컸다. 환율이 올라가면 은행이 가진 외화 대출의 원화 환산액이 커진다. 장부상 위험자산이 늘어나는 만큼 BIS 비율을 끌어내리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연말 환율 변동으로 산은의 BIS 비율이 0.39%포인트가량 하락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재무 지표가 악화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 8000억여 원을 배당하기로 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산은은 지난해 2조 2000억 원 규모의 순익을 냈는데 이 중 35% 이상을 정부에 내놓았다. 산은은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배당금 일부를 유보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했으나 세수 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세수 펑크가 30조 8000억 원에 달해 정부 입장에서는 공공기관에서 배당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문제는 올해 경기 대응을 위해서는 정책금융기관인 산은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산은은 올해 전년보다 5조 원 늘어난 92조 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가 반도체 산업 등에는 조달금리 수준으로만 이자를 붙여 대출을 내주도록 해 이렇다 할 마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산은은 “정책금융 수행에 따른 낮은 마진율로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높은 배당성향으로 인해 내부 유보금 확보를 통한 자본 건전성 개선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대주주로 있는 HMM의 매각 작업이 지연되면서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산은이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산은 내부적으로는 다른 변수가 없다면 올해 연말 BIS 비율이 13.5%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책은행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국책은행이 보다 과감하게 정책자금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재무 건전성이 떨어질수록 대출 여력이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책자금을 안정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라도 산은이 적정 수준의 자본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수 부족으로 정부가 당장 대규모 증자를 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배당 규모를 조절하는 것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기자 간담회에서 “순이익을 내부에 유보하게 되면 현금 증자와 동일한 효과를 내면서 장기적으로는 매년 3조 원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거양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의원은 “정부가 세수 부족을 이유로 과도한 배당을 요구하면서 정부 출자 기관의 재무 건전성과 경영 유연성을 해치고 있다”면서 “정부 배당 과정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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