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경영진을 견제할 감사까지 자사 출신을 임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대주주인 MBK의 홈플러스 경영 실패 뒤에는 자기 사람 위주로 운용을 해온 것이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해 1월 천준호 MBK파트너스 매니징디렉터를 감사로 선임했다. 직전에는 이인경 MBK파트너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홈플러스 감사직을 역임했다.
감사는 이사의 법령·정관 위반을 감시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이 때문에 상법에서는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는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기도 한다. 금융계의 고위관계자는 “회사 감사는 경영 전반을 들여다보면서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최대주주 측 인사가 감사까지 차지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MBK 측은 홈플러스 전반의 경영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해 1월부터 홈플러스의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차영수 매니징디렉터와 김정환 파트너 역시 기타비상무이사로 등기돼 있다.
이사진은 아니지만 황정희 홈플러스 부사장도 MBK파트너스 측 인물로 분류된다. 황 부사장은 2019년 홈플러스로 이직하기 전까지 MBK파트너스가 최대주주로 있던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에서 근무했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 경영진부터 감사까지 MBK 인사들이 장악해온 만큼 경영 실패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24회계연도 1~3분기(3~11월) 누적 157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사재 출연을 포함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제기된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주주가 감사를 지명하는 것은 일반 비상장사에서 흔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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