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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혁 교수, 필즈상 수상자도 못푼 '40년 수학난제' 해결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이상혁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조화해석학 '르베그 공간' 세계 첫 규명

공간곡선서 극대함수 연구 새 방법론 제시

양자역학·신경과학 등으로 응용 길 열어

"깊이 있는 연구 위해 지원 필수" 강조도

이상혁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가 3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진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수학 분야 연구는 이론적인 성격이 강하고 실험을 기반으로 하는 다른 분야에 비해 재정적 요인의 영향을 덜 받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문제를 장기적으로 탐구하고 깊이 있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재원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3월 수상자로 선정된 이상혁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5일 “국가의 연구 지원은 단순히 개별 연구를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외 연구자들과의 교류 및 협력 그리고 학문 후속 세대 양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순수수학 분야 중에서도 ‘조화해석학’ 연구에 깊이 몰두해온 수학자다. 조화해석학은 함수나 신호를 기본적인 파형으로 분해하는 이론을 연구하는 수학의 한 분야다. 신호처리·양자역학·신경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된다. 과기정통부는 이 교수가 조화해석학 분야의 중요 난제 중 하나인 ‘르베그 공간(함수가 적분 가능한 정도에 따라 분류되는 함수들의 공간)’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르베그 공간은 공간곡선에 대한 극대함수가 무한대로 발산하지 않고 어떤 값 사이의 한계를 가지게 되는 공간을 의미한다. 공간곡선이란 평면곡선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3차원 이상의 공간에서만 정의되는 곡선이다.



해당 연구는 조화해석학 분야에서 1970년대 이후 활발히 진행돼왔으나 해석이 복잡해 많은 수학자들이 접근하지 못했다. 필즈상 수상자인 장 부르갱이 1986년에 평면곡선에 대한 극대함수의 유계(무한대로 발산하지 않고 한계를 갖는 것)를 증명했지만 공간곡선은 오랫동안 미해결 상태로 남겨져왔다. 이 교수의 성과는 40년간 풀리지 않았던 난제를 해결한 것으로 조화해석학에서 매우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공간곡선에서 극대함수를 연구하는 데 있어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고 다양한 수학 및 과학 분야에서 중요한 응용 가능성을 열었으며 수학 분야의 최고 권위 학술지 중 하나인 인벤시오네 마테마티케(Inventiones Mathematicae)에 논문이 게재됐다. 이 교수는 “극대함수는 주어진 물리적 양의 최대치에 대한 양적인 계측을 가능하게 하고 양적인 제어가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된다”며 “본 연구의 성과는 조화해석학 문제에 직접 활용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편미분방정식·확률론·미분기하학·수리물리·수론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한 국내에서 학위를 취득한 연구자로서는 최초로 2004년 미국 대학 수학과 교수로 임용됐으며 오로지 연구 실적과 논문의 우수성만으로 평가받아 국내 수학계의 위상을 높였다. 그는 “순수수학 분야의 성과가 당장 사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역사적으로 순수수학에서 출발한 많은 이론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응용되거나 실용적인 가치를 갖게 된 사례가 많다”며 “한때 순수한 이론적 탐구로 여겨진 ‘푸리에 해석’이 신호처리, 의료 영상, 데이터 압축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됐듯 조화해석학에서 다루는 개념과 방법론도 언젠가 새로운 기술이나 이론의 기반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중견연구사업 및 기초연구실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 교수는 이달 14일 ‘수학의 날’을 맞아 수학교육의 의미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수학의 실용적인 측면을 차치하더라도 수학적 사고는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운다”며 “수학이 입시나 시험을 위한 과목이 돼버린 게 현실이지만 수학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수학을 그 자체로서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수학이 단순히 문제 풀이에 매몰되지 않고 배우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려면 먼저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 모두가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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