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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덮친 '환율의 역습'…작년 환헤지 손실 1조 넘었다

작년 비상계엄 등에 원화가치 급락

LS일렉 등 수백억씩 파생상품 손실

'러 계약 해지' 삼성重 6246억 달해

트럼프發 환율 불안 당분간 지속

기업 환헤지 비용 부담 더 커질듯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상장사들이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려 체결했던 환 헤지 계약에서 발생한 손실이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원화 가치가 예상하지 못한 수준까지 급락하자 환율이 기업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상장사들이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공시한 통화선도·통화선물 등 통화 관련 파생상품 손실은 1조 1532억 원으로 집계됐다. 러시아 계약 해지 영향을 최근 반영하면서 일회성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삼성중공업(6246억 원)을 제외하더라도 상장사 17개사에서 5287억 원의 손실이 공시됐다. 원·달러 환율이 1440원에 근접했던 2022년 3분기에 급증했던 19개사의 환 헤지 손실 규모(5047억 원)를 뛰어넘었다.

수출 기업들은 계약 체결 시점과 판매 대금을 받는 시점 사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애기 위해 미리 정한 가격(약정환율)으로 외화를 매매하는 통화선도 등의 환 헤지 계약을 맺는다. 수출 계약 당시 원화 가치가 달러당 1200원이었는데 실제 대금을 받을 때 1달러당 1100원으로 강세가 되면 매출이 8%가량 줄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 약세로 1달러당 1300원이 되면서 매출이 늘어날 기회를 포기하더라도 환율 위험을 줄이는 걸 선택하는 셈이다.

문제는 원화 가치가 예측 범위를 넘어 약정환율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을 때도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1달러당 1200원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면 계약 만기 시점에 시장 환율이 1400원까지 오르더라도 약정환율(1200원)로 달러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달러당 200원씩 기회비용 손실이 발생한다.





최근 환 헤지 관련 손실이 집중되는 것도 원화 가치가 지난해 9월 말 1316.8원에서 12월 말 1472.3원으로 단기간에 급락했기 때문이다. 통화선도 관련 손실이 발생한 HD현대일렉트릭은 환 헤지를 위한 파생상품 계약의 가중평균 약정환율을 지난해 2분기 1288.4원에서 3분기 1325.6까지 높였지만 실제 환율은 4분기 중 1470원대까지 올랐다.

통상 환 헤지 손실은 자기자본이 적고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코스닥 상장사에서 나타나지만 LS일렉트릭(LS ELECTRIC·910억 원), LIG넥스원(704억 원), HD현대일렉트릭(393억 원), 팜스코(168억 원) 등 유가증권 상장사들도 수백억 원대 손실이 발생했다. 선익시스템(230억 원), 비에이치아이(171억 원) 등 자기자본 대비 손실 규모가 각각 49.7%, 23.2%에 이를 정도로 타격이 큰 곳도 늘고 있다.

환율 불안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통화선도 계약 만기 시점을 넘겨 실제 손실이 발생한 ‘거래손실’ 공시도 크게 늘었다. 파생상품거래손실 공시는 미실현된 ‘평가손실’과 현실화된 ‘거래손실’로 나뉜다. LS일렉트릭(-645억 원), LIG넥스원(-703억 원), 에스에이엠티(-168억 원) 등 대부분 상장사에서 거래손실이 대거 발생했다. 자기자본 대비 5% 이상 손실(자산 2조 원 이상 대규모 법인은 2.5%)이 발생해야 공시 대상인 만큼 공시되지 않은 손실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환율 불안이 계속되는 만큼 기업들은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환 헤지를 늘리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통화선도 등 통화 관련 파생상품 거래액은 1경 5702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다. 한미 금리 역전 상태가 길어지면서 통화선도 계약 과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환 헤지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1년 만기 환 헤지 비용은 원금 대비 2.3% 수준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환율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최근 미국채 금리와 달러화에 큰 영향을 주는 도널드 트럼프발 정책 불확실성이 상반기 내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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