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 중인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의 손을 들어주면서 MBK영풍은 두 차례 이상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맞선 고려아연 측은 ‘홈플러스 사태’ 책임론을 거론하며 MBK·영풍연합이 기업 가치보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한 수익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주총 2번 열면 MBK영풍이 이사회 장악가능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3월 말 정기주주총회를 열기 위해 주주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여기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MBK·영풍 연합은 경영권이 걸린 이사회 과반 확보를 위해 정면 대결을 벌이게 된다.
지난 1월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은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해 11명의 이사진 중 10명을 자신 쪽 인사로 확보했지만, 지난 7일 법원은 고려아연이 위법하게 MBK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고려아연이 1월 임시주총에서 통과시킨 안건 가운데 집중투표제만 남고 나머지는 무효라고 확정한 것이다.
현재 고려아연 1대 주주인 MBK영풍 연합은 40.97%를 갖고 있고, 최윤범 회장은 우호지분까지 34.35%로 뒤진다. 다만 소수주주에 유리한 집중투표제가 살아남은 만큼 최윤범 회장은 이번 정기주총까지는 MBK·영풍보다 많은 이사진을 확보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말 기준 최윤범 회장 측 11명, 영풍 측 1명이었다가 1월 임시 주총으로 최 회장 측 17명, 영풍 측 1명으로 기울었다. 이번 판결로 7명의 신규 이사의 직무가 정지됐고, 5명은 임기가 만료되어 5대 1의 상황이 됐다.
최 회장에게 유리한 3%룰이 적용되는 감사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이사는 MBK영풍이 지분율에 따라 1~3명 더 많이 선출할 수 있다. MBK영풍은 이르면 이번 주총에서 최 회장 측 최대 13명, 자신들은 11명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집중투표제가 있어도 의결권 자체는 MBK영풍 연합이 많은 만큼 다른 변수가 없다면 정기 주총 기준으로 2년 안에 MBK영풍이 경영권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MBK영풍 연합이 임시 주총 개최를 밀어붙이면 시간은 더 앞당겨 질 수 있다.
MBK·영풍 관계자는 “하루 빨리 과반 이상을 확보해 고려아연의 훼손된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를 바로 세우고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회복시키는 데 집중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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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지분 무기로 상대방 공격…본업은 어디로
양측의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7일 판결 직후 영풍은 자사가 보유한 시가 4조원 상당인 고려아연 주식 526만2450주(지분 25.4%)를 신규 유한회사인 와이피씨에 현물 출자했다.
법원 결정으로 해외 손자 회사를 동원한 순환출자 고리 활용 길이 막힌 최 회장 측이 행여 국내 회사를 동원해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해 "회사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 전부를 주총 의결도 없이 현물로 출자한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라며 반발했다. 법적 소송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영풍은 "지분을 넘긴 것은 상법이 주총 의결을 규정한 영업양수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맞받았다.
고려아연 측이 해외계열사를 고리로 순환출자를 만들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이 위법 판결을 받았으므로, 원상복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고려아연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는 지난 1월 22일 최씨 일가와 영풍정밀(036560)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575억원에 인수했다. 영풍에 강제로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어 의결권을 없애려는 시도였으나 법원이 SMC는 유한회사이므로 주식회사만 허용한 지분 양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 때문에 시가보다 30% 할인 매각한 영풍 주식을 다시 영풍정밀 이 되사와야 한다는 게 MBK등 일각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지분을 넘기며 발생한 의결권 제한이 성립되지 않을 뿐 지분을 넘긴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므로 되돌릴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에 투자한 한 기관투자자 “순환출자 위반을 했더라도 공정거래법에 따라 과징금 등 처벌을 받으면 되는 것”이라면서 “당장 지분을 되돌릴 강제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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