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장을 이끌어온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5’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GTC가 엔비디아의 ‘대관식’이었다면 올해 행사는 ‘실력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다. 딥시크 쇼크로 AI 가속기 투자 지속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테크계는 물론 월가의 눈길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게 쏠린다.
엔비디아는 이달 17일(현지 시간) 미 실리콘밸리에서 일주일간 GTC 2025를 연다. 황 CEO는 18일 기조연설에 나선 후 19일 기자간담회를 갖는다. 20일에는 GTC 사상 첫 양자 관련 패널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다. 황 CEO는 지난해 GTC 키노트에서 신형 AI 가속기 ‘블랙웰’과 차세대 모델 코드명 ‘루빈’을 소개했다. 올해 행사에서는 지난해 6월 컴퓨텍스 2024에서 공개한 개선형 ‘블랙웰 울트라’와 함께 루빈에 대한 구체적인 사양을 내놓을 전망이다.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다. 황 CEO 말 한 마디에 관련 주가가 출렁이는 탓이다. 실제 올 1월 CES 2025에서 황 CEO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그래픽메모리(GDDR) 제조 사실을 모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 주가가 흔들렸고, 양자컴 실용화에 20년이 걸린다는 발언에 관련 기업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GTC는 그 시점이 미묘하다. 10일 기준 엔비디아 주가는 1년 전보다 24.73% 상승했으나 올 초 대비로는 22.65% 하락했다. 딥시크가 안긴 충격에 이어 엔비디아 최신 칩셋 없이도 뛰어난 ‘AI 에이전트’ 구현이 가능함을 증명한 중국 마누스(Manus)까지 나오며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 지속성에 의문이 커진 까닭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TSMC 출하량을 감안할 때 블랙웰 양산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실적에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AI 기술 변화가 빠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범용적인 엔비디아 GPU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긍정적이다. 테크계 관계자는 “시장 기대가 워낙 높기에 약간의 실망에도 타격이 크다”며 “반도체 업계 선두주자로서 엔비디아가 감당해야 할 짐이 무거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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