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최근 경제 지표 부진으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월가의 주요 대형 은행들은 미국 경제성장률을 속속 낮추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1.7%로 0.7%포인트 대폭 내렸다. JP모건체이스는 올해 미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종전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관건은 미 경기 침체가 한국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느냐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 초중반대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 변수로 추가로 더 떨어질 수 있는지 서울경제가 정부 주요 기관과 민간 연구원을 대상으로 긴급 진단을 진행했다.
◇한국은행=한은은 최근 미국발 경기 우려는 과도하다는 진단이다. 최근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는 ‘센티먼트' 차원의 문제이지 실물 경제로 전이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미 미국발 불확실성은 2월 경제 전망에 반영했기 때문에, 기존 성장 전망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최근 금융시장은 워낙 변동성이 커 실물경제에 전이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성장률을 더 하향 조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달 25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5%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에는 1.4%로 주저앉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기재부는 미국의 경기 동향이 국내 성장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다만 국내 성장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올 초 수출과 건설 경기 부진 여파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1.8%로 제시한 바 있다. 6개월 전 2.2%에서 0.4%포인트나 내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KDI는 미국의 성장률 하향 조정이 한국 경제에 하방 요인이 된다고 짚었다. KDI 관계자는 “미국뿐만 아니라 상대국의 보복관세 등 각국이 어떤 조치를 하느냐도 지켜봐야 한다”면서 “또 미국 경제만 바라볼 수 없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한국의 성장률을 하향, 상향 조정할지를 결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다. KDI는 10일 발표한 '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 부진과 수출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면서 지난달과 비슷한 전망을 유지했다.
◇LG경영연구원=LG경영연구원은 미국 경제 둔화 조짐은 지난해부터 예견된 일인만큼 일부 기관들의 성장률 하향 조정은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평가다. LG경영연구원 관계자는 “기존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뷰(view)가 조정되는 과정”이라면서 “그러나 실물 경기 지표가 악화할 만큼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 경기를 신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현대경제연구원 역시 미국의 경기 침체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진단이다. 대신 미국 경기 하강 우려가 현실화되면 한국의 대(對)미국 수출 경로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