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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전 되면 우주 탐사 물거품"…다누리, 14일 오후부터 '초절전' 전환

◆개기월식 앞두고 비상 대응

14일 오후부터 '초절전모드' 돌입

극저온 대비 13일 예열시스템 가동

임무연장에 배터리 부족 최대 변수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난 2월 대전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다누리 관제실에는 다누리 개발에 참여한 연구진과 협력업체 관계자 등 2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오는 14일(한국시간) 예정된 개기월식을 앞두고 리허설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이날 다누리는 2022년 8월 발사 이후 첫 번째 개기월식을 맞이한다. 태양광으로 배터리를 충전해 작동하는 다누리가 태양의 빛을 받지 못해 방전될 수 있는 역대급 위기다. 항우연 다누리 관제실에 비상이 걸린 이유다.

항우연에 따르면 다누리는 오는 14일 오후 2시께 개기월식과 함께 ‘절전 모드’로 전환된다. 개기월식은 태양, 지구, 달이 정확히 일직선상에 놓여 달이 지구의 본그림자(본영)에 완전히 가려지는 현상이다. 다누리는 본체에 붙은 태양 전지판을 이용해 또 다른 본체 부품인 배터리를 충전한다. 그런데 개기월식이 시작되면 태양 빛이 가려지기 때문에 배터리를 충전할 수 없다. 개기월식 시기동안 배터리를 사용하다 방전이 되면 영영 지구와 교신할 수 없게 되는 것. 항우연은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지난 2월부터 두 차례 리허설을 거쳐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사실상 전원 OFF…예열+초절전모드로 암흑 버텨라


우선 연구진은 14일 개기월식이 시작되면 ‘파워세이빙(절전)’ 모드로 전환해 생존에 필요없는 모든 부품의 전원을 종료시키고, 배터리 사용을 최소화 할 예정이다. 햇빛이 비치지 않을 때 다누리가 있는 우주의 기온은 영하 150도 수준까지 떨어진다. 따라서 다누리는 내부 곳곳에 부착된 전기 장판처럼 얇은 히터를 작동해 극저온의 상태를 견딘다. 전원이 꺼지면 다누리의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시켜주는 히터의 작동도 멈춘다. 히터는 배터리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부품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개기월식이 시작되면 히터도 끌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누리는 극한의 추위를 어떻게 견딜까. 항우연은 항우연은 이 상황에 대비해 13일 오후부터 약 20시간 동안 위성체를 예열 시킬 예정이다. 위성체를 최대한 뜨겁게 만들어 개기월식이 시작된 후 식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히터는 위성체가 더 이상 차가워지면 안 되는 온도에 진입했을 때 자동으로 다시 작동한다.



이때부터 다누리는 다시 전력을 소모하기 시작한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미 수천 번의 충전과 방전으로 배터리 사용 가능 시간이 크게 줄어든 다누리에게는 엄청난 도전이다. 배터리는 마치 자동차 배터리처럼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 경우 사용 가능 시간이 줄어든다. 당초 2022년 8월 발사 당시 항우연은 다누리의 목표 임무 수행 기간인 1년에 맞춰 5000회 정도의 충·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탑재했다. 하지만 지난 2023년과 올해 두 차례 임무가 연장 됐고, 임무를 2027년 말까지 수행하게 되면서 ‘개기월식’이라는 계획에 없던 변수가 생겼다. 임무 연장으로 배터리는 이미 8000회 정도 사용 됐으며, 최대 사용 가능 시간도 다소 줄었다. 항우연 연구진은 현재 배터리의 용량이 60~70% 정도 남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도 낮추고 궤도 조정…개기월식 직후 충전 시작


개기월식 상황에서 다누리의 모습.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홍보 영상 캡처.


다누리의 배터리는 개기월식이 끝날 무렵인 오후 5시께 태양광을 받아 다시 조금씩 충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항우연 연구진들은 이를 위해 지난 2월 다누리의 위치를 기존 달 상공 100㎞에서 60㎞로 낮추고, 궤도를 조정했다. 다누리는 하루 2회 달 주위를 공전하는데, 만약 개기월식이 끝났을 때 빛이 닿지 않는 달의 뒷면에 위치한다면 그야말로 낭패다. 사실상 개기월식 상태가 더 길어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진은 다누리의 궤도를 조정해 개기월식이 끝난 직후 다누리가 태양을 마주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에 위치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진은 충전이 시작되면 다누리와 교신을 시작해 생존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만약 교신이 되지 않는다면 다누리는 달 궤도를 수 개월간 천천히 돌다 달 표면에 떨어진다.

개기월식은 이번이 끝이 아니다. 오는 9월과 내년 3월에도 예정돼 있다. 다만 항우연 연구진들은 첫 개기월식 고비를 넘기면 이후에는 비교적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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