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쪽에 에어컨과 변압기 등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부품에 대해 500만불(약 73억 원) 계약을 진행 중이었는데 철강 관세 문제가 발생한 후 거래가 스톱이 됐습니다. 미국 수출을 준비하기 위해 충남 당진에 제2공장 부지를 설립하고 계속 투자 중이었는데 난감한 상황입니다."(유경연 지제이알미늄 대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2일(현지시간) 전 세계를 대상으로 부과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가 이날 발효(한국 시각 12일 오후 1시 1분)되면서 국내 철강·알루미늄 수출 중소기업들이 당국에 심각한 우려의 뜻을 표했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알루미늄 제조업체 지제이알루미늄 공장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이날 주관한 '미국 정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 현장 간담회'에서는 미국발 관세 조치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지원을 호소하는 수출 중소기업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율을 25%로 올리고 관세 적용 대상을 253개 파생상품으로까지 확대하면서 철강·알루미늄 수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실제 이번 관세 조치로 한국이 2018년 미국과 협상을 통해 철강에 적용받던 기존 면세 쿼터(연간 263만톤)가 폐기됐다.
볼트·너트 등 산업용 파스너(잠금장치)를 제조하는 정한성 신진화스너공업 대표는 “저희 제품에도 예외 없이 25% 관세가 적용되는데 우리 고객사들의 생각이 변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50년 동안 열심히 지켜온 기업이 하루 아침에 잘못될 것 같아 밤잠을 잘 수가 없다”고 괴로워했다.
금속 부품이 사용된 건축용 외장재 패널을 제조하는 곽인학 광스틸 대표는 “최근 값싼 수입싼 원자재 유입과 고환율 등 이중고에 대비하기 위해 해외 수출을 준비 중이었다”며 “철강제품 관세로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계는 관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수출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 대표는 "수출 다변화를 위해 동남아, 유럽 지역을 가려고 하는데 나라에 따라서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장비를 새로 구매하는 등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애로사항이 생길 때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자금을 좀 확대 해달라”고 호소했다.
미국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철강 원자재 가격 안정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 대표는 "원자재 경쟁력이 없으면 제품 경쟁력도 없다"며 "국내 철강과 알루미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시장은 중국산 저가 제품이 아무 제재 없이 수입되고 있다"며 "정부가 최소한의 방어벽이라도 마련해줘야 생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경청한 중소기업중앙회와 중기부는 피해 기업에 대한 신속한 실태 파악과 지원 체계를 약속했다.
중기중앙회는 중기부와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알루미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애로사항과 필요한 정책 등을 설문조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정보제공, 원산지 증명 교육 확대, 법률서비스 지원 등을 추가로 검토할 방침이다.
중기부는 빠른 대응을 위해 긴급대응반을 운영하는 한편 전국 15개 애로신고센터에서 수출 중소기업들의 피해 접수와 애로 상담을 받는다. 중기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접수된 애로사항은 25건이었다. 이 가운데 23건은 관세 조치로 인한 직·간접 수출 단가와 물량 변동에 대한 우려였고, 나머지 2건은 미국 거래처의 물량 주문이 연기되는 등의 실제 피해 사례였다.
관세 조치로 경영애로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재정적 지원도 진행된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의 경영애로 사유에 '보호무역 피해'를 추가해 경영정상화 자금을 지원하고, 피해기업에 대해서는 긴급경영안정보증 신청서류도 간소화한다.
관세 조치 대응을 위한 수출 다변화도 유도할 방침이다. 관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국 다변화를 추진하는 중소기업은 정책자금 정책 우선도 평가 면제 및 패스트트랙 평가 등을 통해 평가 절차도 간소화된다. 더불어 5월 예정된 수출바우처 2차 공고 시 관세 조치 피해기업에 대한 별도 지원물량을 배정해 수출전략 수립 컨설팅도 돕는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중앙회가 잘 청취해서 정부에 전달해 중소기업인들이 기업하는 데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중소기업중앙회 및 품목별 협·단체 등과 함께 신속한 지원을 통해 관세 피해가 우려되거나 관세 피해를 본 수출 중소기업의 경영정상화, 수출국 다변화 등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관세에 의해 문제가 발생하면 수출바우처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일단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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