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찬우 NH금융지주 회장의 연은 깊다. 이 회장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옛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에서 과장으로 일했다. 당시 경제정책국장이 임 회장(2007~2008년)이다. 두 사람은 국가 경제정책의 큰 그림을 함께 그리면서 호흡을 맞췄다. 임 회장은 이 회장이 공직을 그만둔 이후에도 꾸준히 그를 챙겼고 NH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뒤에는 직간접적으로 조언을 해줬다는 후문이다. 임 회장이 공직 선배이면서 NH금융지주 수장을 이 회장보다 먼저 지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정통 경제 관료 두 사람이 금융권의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 뛰고 있다. 5대 금융그룹에 속하는 우리와 NH가 영업에서는 서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경쟁 상대지만 대한민국 금융업 전체의 발전을 위한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12일 “두 사람은 경제정책국장과 종합정책과장으로 처음 연을 맺게 된 후 매우 가까워졌다”며 “금융은 신뢰가 생명이라는 생각이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두 사람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것은 ‘신뢰’다. 임 회장은 이날 본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금융업의 본질은 신뢰이며 신뢰는 금융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밝혔다. 임 회장은 또 “금융 사고의 재발은 그룹의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모든 임직원이 비장한 각오와 긴장감을 갖고 내부통제와 윤리의식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업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지난해 우리금융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직원 횡령으로 몸살을 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임 회장의 적극적인 내부통제 방침에 해외 주주 미팅에서 우리금융의 혁신 방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회장 역시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 그는 지난달 취임사에서 “고객의 신뢰 없이는 농협금융의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금융 사고 제로화의 초석을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금융 자회사인 우리은행은 홈플러스 협력 업체에 최대 5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발표했다.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들의 지원이 이어졌다. NH농협은행도 협력사 지원에 동참했다. 비 올 때 우산을 씌워주는 금융사로서의 기본 역할에 충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 감독 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 인하 요구도 두 은행이 앞장섰다. 우리은행은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금리를 내릴 때가 됐다”고 하자 5년 주기형 신규 주담대 가산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두 번째 깃발은 NH농협은행이었다. NH는 비대면 주담대 가산금리를 최대 0.3%포인트 하향 조정하면서 당국의 요구에 화답했다. 금융계의 관계자는 “기업으로서의 역할과 공적인 책임을 잘 조화시킬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