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인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의 번호이동 담합 행위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하고 과징금 1140억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제재는 이동통신 3사가 2015년 1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약 7년간 번호이동 가입자 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행위를 적발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통신사들은 일제히 담합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공정위는 통신3사의 담합 행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경쟁 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140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2일 발표했다. 과징금은 SK텔레콤이 426억6200만 원, KT가 330억2900만 원, LG유플러스가 383억3400만 원이다. 통신업계가 2013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보조금 과다 지급을 이유로 과징금 1064억 원을 부과받은 이후 최대 규모다.
이동통신 3사는 2014년 12월 과도한 판매장려금 지급을 이유로 방통위로부터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위반 제재를 받은 이후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시장 상황반을 운영했다. 판매장려금이란 각 통신사가 유통망에 지급하는 돈으로 일종의 리베이트처럼 번호이동 소비자에게 지급됐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각 사가 판매장려금 수준과 번호이동 현황 등을 공유하며 7년 간 특정 사업자에게 가입자 수가 편중되지 않도록 조정하자고 합의했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특정 사업자가 가입자 수가 증가할 경우 판매장려금을 낮추거나 가입자 수가 감소할 경우 판매장려금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일평균 번호이동 총 건수가 2014년 2만8872건에서 2016년 1만5664건, 2022년 7210건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담합이나 합의는 없었다는 게 통신사들의 입장이다. 단통법을 준수하기 위해 강제력이 있는 방통위 규제에 개별적으로 따랐을 뿐 다른 경쟁사와는 별도로 합의를 한 적이 없다는 얘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자율규제의 일환으로 상황반을 운영했다고 하지만 방통위 지시는 단통법에 근거해 강제성을 지니고 있어 통신사들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업계가 상황반 내용을 정부에 보고하는 구조였는데 담합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지난 5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통신사들은 단통법을 준수했을 뿐이라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취했던 통신사들의 행위가 과도하게 단죄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3사 간 번호이동이 감소한 데에 대해선 시장과열 방지 목적 아래 건전한 이통통신 서비스 시장 발전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제재를 두고 경쟁당국과 주무부처(방통위) 간 정책 엇박자로 인해 통신사들이 이중규제를 받게 됐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방통위는 이날 공정위 제재에 대해 별도의 입장문을 내지 않았다.
과징금 규모가 당초 예상 대비 크게 줄어든 것도 이 같은 문제를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5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공정위는 통신 3사가 번호이동 가입자로부터 발생한 매출액 1%의 기준을 적용해 과징금을 산정했다. 공정위원들이 통신사들의 합의가 방통위의 행정지도에서 비롯된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3사 간 합의가 단통법 위반을 예방하기 위한 자율규제 과정에서 진행됐고 방통위의 행정지도가 어느 정도 관여된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번 건은 방통위의 규제나 지시사항을 벗어난 담합에만 제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통신 3사는 모두 담합 사실을 부인하며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 절차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통신사들은 “규제기관 간의 규제 충돌로 불합리한 제재 처분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법적 조치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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