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한국 증시 저평가 탈출(밸류업)을 위한 해법으로 ‘배당 증가분에 대한 5% 세액공제’ 같은 인센티브를 제안했다. 기업 스스로 주주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면 투자자가 몰리며 기업가치가 덩달아 상승한다는 것이다. 국회가 추진 중인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은 밸류업 효과보다는 소송 남발이나 투자 위축 같은 부작용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주주 환원 촉진 △첨단산업 지원 △위기 산업 재편 등을 위한 조세제도 개선 과제 130건을 담은 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고 12일 밝혔다.
상의는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최적의 방안으로 주주 배당 활성화를 꼽았다. 지난해 정부 세법 개정안에 포함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배당 증가분에 대한 5% 세액공제’를 도입하거나 배당금을 투자액이나 임금 증가분처럼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의 공제 대상에 포함시키면 기업의 배당 의욕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개미투자자를 유인해 밸류업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합쳐 2000만 원을 초과하면 근로·사업소득까지 더해 종합과세 대상으로 분류돼 최고 45% 세율이 부과된다. 상의는 종합과세를 폐지하고 배당소득만 따로 단일세율(9%)을 적용하거나 종합과세 과세표준 구간을 5000만 원으로 높이면 개인투자자 자금이 국내 증시로 더 몰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석구 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이를 통한 국민의 자산 증대를 위해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 상법 개정 대신 기업의 혁신과 주주 환원 노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조세지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의는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지원 개선도 건의했다. 정부는 현재 법인세 세액공제 방식으로 기업을 지원하는데 사업 초기 대규모 투자로 적자가 발생하면 법인세가 0원이라 기업들은 공제를 활용할 수 없다. 실제 SK온은 2022년 387억 원의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을 받았지만 이익이 발생하지 않아 모두 이월됐다. 당장 한 푼이 아쉬운 기업으로서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지원책인 셈이다. 반면 미국과 프랑스는 투자세액공제액 일부를 현금으로 직접 환급해준다. 상의는 우리도 직접 환급을 도입하거나 생산량에 기반한 세액공제로 기업 유동성에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인세 감면액의 20%를 농어촌특별세로 다시 회수하는 제도 역시 개선 대상에 올랐다. 상의는 “최근 ‘K칩스법’ 통과로 반도체 사업화 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이 20%로 확대됐지만 농어촌특별세를 내면 실제 공제율은 16%로 축소된다”고 지적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위기를 맞은 철강·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지원 대책도 필요하다. 상의는 이들 산업을 위기 산업으로 지정하고 해당 위기 산업이 주력인 지역은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선정해 임시 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임시 투자세액공제는 2023년 도입돼 대기업의 경우 3%의 공제율이 적용됐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대기업만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이월 결손금 공제 한도를 80%에서 100%로 높이고 공제 기한을 15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이월 결손금 공제는 기업이 과거 사업연도에 발생한 손실(결손금)을 이후 사업연도의 과세소득에서 차감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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