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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전기차 캐즘 극복, 특단의 정책 필요하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 회장. 사진 제공=자동차모빌리티협회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한 지난 수년간 각국은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을 위해 대규모 투자와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근 주요국의 보조금 축소와 경기 둔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과거 세 자릿수에서 지난해 16.3%까지 둔화됐다. 특히 독일과 한국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2023년 1.1%의 감소율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9.7% 감소해 2년 연속 역성장했다. 정부의 지난해 전기차 보급 목표는 29만 2000대였지만 실제 보급은 14만 7000대로 목표 대비 50.2%에 불과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2030년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 목표인 450만 대 달성도 어려워질 것이다.

한편 해외 주요국들은 수요 둔화에 따라 보조금 확대나 재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이구환신(以舊換新)’ 제도를 도입해 기존 차량을 신차로 교체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고 독일은 기업용 전기차 구매 시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했다. 유럽연합(EU)도 범유럽 차원의 보조금 지급을 검토 중이다. 일본은 친환경 철강을 사용한 전기차에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저소득층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요 위축 상황에도 불구하고 보조금을 지속적으로 축소해왔다. 충전 요금 할인 특례 종료,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율 축소에 따라 전기차 소유자들의 운영 비용 부담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정책 기조가 지속되면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최근 미국의 관세 부과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수출 환경이 악화하면서 국내 자동차 생산량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수출 감소로 국내 생산량이 줄어들 경우 자동차 산업 전반의 위축과 함께 관련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국내 전기차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내수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이고,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정책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를 위해 전기차 보조금을 최소 2022년 수준(승용 최대 700만 원, 화물 최대 14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충전 요금 할인 특례를 부활시켜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또 국내 생산 전기차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고용 기여도를 반영한 인센티브 강화도 필요하다. 아울러 최근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는 중국 ‘딥시크(Deep Seek)’ 등 자율주행 기술 적용 차량에 대해 우려가 적지 않은 만큼 국내 보조금 지급 시 보안 기준을 철저히 검증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전기차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또한 병행해야 한다. 고속도로 전용 차선 진입 허용, 거주자 우선 주차 배정 시 전기차 우선 고려, 아파트 등에 전기차 지정주차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 또 차량사물통신(V2X) 인프라 구축을 통해 전력거래 시스템을 활성화하면 전기차 이용자의 경제적 혜택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국가 전력망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전기차 산업의 성공적인 전환은 단순히 자동차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및 탄소 중립 목표 달성과 직결된 사안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정부와 산업계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향후 3년이 전기차 대중화를 가늠할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다.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통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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