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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中기술주 강세 지속…5월부터 美 에이전트 AI 주목”[여의도 고수의 한수]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中로봇·반도체주 등 단기 투자

美 증시는 하반기 주도권 회복

알파벳·중소형 SW 기업 ‘매력’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최근 글로벌 증시는 ‘한국과 중국은 뭐가 더 나빠질 게 있나, 미국은 어떤 서프라이즈가 있나’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증시는 최근 2년 동안 너무 급격하게 올라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부담으로 잠깐의 조정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조 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관세 등 시장에 악영향을 주는 조치들을 취임 초기에 대거 배치하는 정치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만큼, 추후 거시경제 정책의 수혜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 센터장은 올 2분기까지는 중국의 기술주, 그 중에서도 로봇·자율주행·반도체 관련 종목들의 상승 랠리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딥시크 등장 이후 알리바바의 인공지능(AI) 사업 호조와 대규모 설비투자 발표에 힘입어 주가가 더욱 탄력을 받는 상황이다. 그는 홍콩 기술주 비중이 큰 항셍테크지수와 국유기업 중심의 고배당주 양쪽에 투자하는 ‘바벨 전략’을 추천했다. 조 센터장은 “연초 이후 중국 본토 자금이 홍콩 주식시장에 전년 동기 대비 6배가량 증가한 수준으로 유입됐고,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중국에 대한 비중을 상향 조정해 외국계 헤지펀드 자금도 추가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 센터장은 미국 증시가 조정을 거친 후 5~6월께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친시장적 정책에 힘입어 다시 주도권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취임 후 6개월은 조 바이든 경제다’ 발언에 주목해야 한다”며 “고관세 정책이 주는 악영향을 전 행정부의 책임으로 전가하며 감세, 재정 건전성 강화, 에너지 물가 등 정책을 내놓을 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AI 기업들이 여전히 투자 매력이 높다면서 에이전트 AI 기업들이 새로운 주도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이전트 AI는 사용자의 요청 없이도 끊임없는 추론을 통해 스스로 작업을 예측하고 실행하는 AI를 말한다. 아마존, 테슬라, 알파벳 등 대형 기술주와 중소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이에 해당된다. 그는 “에이전트 AI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로봇 등 물리적인 움직임을 구사하는 피지컬 AI가 장기적으로 투자 매력이 높다”면서 “AI가 이러한 흐름으로 확산하는 전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사용돼 동사의 주가 수익률도 다른 빅테크 기업 대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조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승승장구하던 미국 증시가 최근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추천할 만한 지역이나 섹터가 있나.

연초 이후 미국 주식시장은 다른 글로벌 지역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과 달리 올해는 M7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이 둔화할 것으로 보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수익률이 다른 지역을 상회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시기로 보인다. 미국의 빅테크에 집중하기보다는 향후 감세와 규제 완화 등의 수혜가 예상되는 미국 금융, 고배당주 관련 섹터에 집중하는 것을 추천한다.

국가별로는 정부의 경기 부양 기조가 확인되고 있는 중국, 그 중에서도 AI, 자율주행, 로봇 등 기술주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한다. 현재 미중 갈등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주식 시장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거시 경제 전망이 매우 긍정적인 것은 아니나, 미중 갈등의 여파로 오히려 고부가가치 테크 산업의 자립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복귀하는 등 정부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홍콩 기술주 비중이 큰 항셍테크지수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정치 안정화와 재정 부양 정책이 기대되는 국내 주식도 추천 대상이다.

현재 채권은 주식 대비 투자 매력이 높지는 않아 보인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 이후 미국채 금리가 크게 떨어졌으나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은 낮고, 유럽 등 다른 지역들의 재정정책 확대로 추가 금리 하락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리스크 대비 차원에서 금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것은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증시 지난해 말 경기 부양책 기대감으로 많이 오른 후에 현재는 상승률이 둔화된 상태다.

중국은 AI 스타트업 딥시크 등장 이후 기술주에 대한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알리바바의 AI 관련 실적 호조와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 발표에 힘입어 기술주 중심으로 상승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연초 이후 중국 본토 자금이 홍콩 주식 시장에 2707억 위안(약 54조 2800억 원) 유입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배 수준이다. 중국 본토 자금이 전체 홍콩 주식시장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18%에서 현재 30% 수준으로 확대됐다. 본토 자금은 기술주뿐만 아니라 소비·고배당 주도 매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잇따라 중국에 대한 비중을 상향 조정하고 있어 외국인 헤지펀드 자금도 추가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기술적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는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기술주와 고배당주 중심의 ‘바벨 전략’이 유효하다고 생각된다.

-미국의 AI 관련 종목들은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지.



미국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경기 회복세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주식 시장에서도 단기적 상승 모멘텀은 부진하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이 가시화될 경우 안정적인 반등을 기대해봄 직하다. 베센트 장관의 ‘취임 후 6개월은 조 바이든 경제다’ 발언에 주목해야 한다. 고관세 정책이 주는 악영향을 전 행정부의 책임으로 전가하며 감세, 재정 건전성 강화, 에너지 물가 안정 등 친시장적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고관세, 법인세 감세, 천연가스 생산 확대, 에너지 비용 안정화에 따른 저금리를 주장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시장에 가장 악영향을 주는 관세 정책을 취임 초기에 먼저 내놓았다.

미국이 AI 산업에서 주도권을 잃을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딥시크의 등장은 미국이 ‘온리원’인 줄 알았던 AI 산업에서 중국도 팔로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정도다. AI 산업 발전 단계는 ‘인프라 AI-엣지 AI-에이전트 AI-피지컬 AI’로 나뉜다. 인프라 AI 단계에서 엔비디아가 떴고, 엣지 AI에서는 애플이 주목받았다. 에이전트 AI, 피지컬 AI 등 단계도 애플, 알파벳, 테슬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시점에 따른 비중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미국 주식 시장이 반등세를 보이면 5~6월 전후로 ‘에이전트 AI’와 ‘피지컬 AI’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에이전트 AI는 사용자의 요청 없이도 작업을 예측하고 실행하며 끊임없이 추론을 이어가나는 AI다. 기존의 AI처럼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백그라운드에서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추론 작업을 스스로 반복한다. 여러 에이전트가 AI 협력해 연속적으로 추론하며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사업에서는 AI 비서가 검색 엔진과 소셜 미디어에서 먼저 이용자에게 적절한 제안을 제공해 사용자 편의성을 증대시킬 수 있고, B2B(기업간 거래) 사업에서는 AI 고객센터가 고객의 문의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 개발자가 코드 한 줄을 입력하면 AI가 나머지 연속 코드를 생성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에이전트 AI가 킬러 앱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의 추론용 AI칩 수요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의 2분기 실적 발표 이후부터 유의미한 가이던스(전망치) 상향 추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피지컬 AI는 자율주행과 로보택시, 로보틱스로 귀결된다. 시기적으로는 자율주행 도입이 먼저 본격화된 후 로보틱스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관련 기대감에 따른 주가 상승은 이미 1차적으로 마무리된 상태다. 다양한 이벤트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이어지겠지만, 로보틱스가 실적으로 증명되는 시점은 2027~2028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지난해 엔비디아와 팰런티어가 미국 주식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들에 대한 전망은.

엔비디아는 여전히 투자 매력이 높은 종목이다. 다만 주가가 지나치게 너무 많이 올라 시장의 눈높이도 덩달아 높아졌다. 에이전트 AI와 피지컬 AI로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칩과 소프트웨어는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최근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블랙웰의 매출은 견조했고, 생산 일정에 대한 오해도 해소됐다. 성장률 둔화와 블랙웰 초기 시행착오로 인한 수익성 훼손으로 지난 2년간의 주가 상승률은 재현되기 여러울 수 있으나, 다른 빅테크 기업과 비교했을 때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팰런티어는 앞으로도 AI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다. AI뿐만 아니라 미국 방위산업의 현대화라는 새로운 TAM(기업이 도달 가능한 전체 시장)관점에서 봐야 한다. 팰런티어는 미국과 중국 의 AI 군비 경쟁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동맹국과의 오랜 기간 트랙 레코드를 축적해왔다.

AI 개발 경쟁의 주체는 이제 기업이 아닌 국가다. ‘소버린 AI(주권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AI 개발 역량이 국가 생산 능력과 안보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규모 정부 자금이 AI 산업으로 유입되는 추세다. 특히 딥시크의 등장은 미국의 AI 기술 초격차 의지를 자극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AI 신설 부서를 통해 대규모 AI 개발 투자 및 데이터센터 확충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 가격은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남아있으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이 긴축으로의 선회가 없는 한 국제 금 가격의 강세 사이클은 유효하다고 판단된다.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 하에, 올해에도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의 투자 자금 유입과 세계 각국들의 외환보유고 다변화 차원에서 중앙은행들의 매입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사상 최고점을 거듭 경신하며 온스당 3000달러까지 근접해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단기 가격 조정을 오히려 매수의 기회로 판단하며 올해와 12개월 내 금 가격 목표 가격을 3000달러와 3300달러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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