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공매도 금지 후 재개된 경우 공매도 수요가 쏠린 종목들이 단기적으로 주가가 올랐던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 당국은 전산 시스템과 제도 등을 정비하고 오는 31일부터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재개하기로 했다. 이에 단기적으로 SK하이닉스, 현대모비스 등을 단기 관심 종목으로 둘 만하다는 분석이다.
정상휘 흥국증권 연구원은 13일 “공매도 재개 이벤트가 유의미한 영향력을 끼치는 시점은 재개 직후 초반 1개월 정도”라며 이같이 밝혔다. 공매도는 타인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것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할 때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이다. 정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모비스, 크래프톤, KT, KT&G 등을 단기 관심 종목으로 제시했다.
정 연구원은 “역대 사례를 점검해해보면 공매도 재개 직후 초기 공매도 수요는 △낙폭과대주 △거래회전율소외주 △당시 시점에서 비선호되는 스타일 △당시 시장을 주도하는 수급 주체가 많이 매입한 종목들 이 4가지 기준에 따라 쏠리는 경향이 짙었다”고 짚었다.
그는 “2009년 및 2011년 사례에서는 공매도 재개 직후 기간에 관계없이 공매도가 활발했던 종목들의 평균 수익률이 오히려 더 좋았고, 2021년 사례에서는 공매도 재개 직후 기간에 관계없이 공매도 거래가 활발했던 종목들의 평균 수익률이 부진했다”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2021년 공매도 종목들이 부진했던 현상의 원인은 당시의 개인 주도 장세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의 공매도 제도가 기관 및 외국인에 유리하게 조성돼 있었다”며 “공매도 제도 이용 주체(기관 및 외국인)와 시장 주도 수급 주체(개인)가 분리된 양상 속에 공매도에 나타난 경향성과 시장의 경향성 사이에 차이가 발생했지만 현재는 그 원인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한편 공매도 재개 시 코스피 시장보다 코스닥에서 주식 거래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배철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공매도 재개가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 시장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이 공매도를 활용해 보유 주식 가격의 하락 위험을 회피하는 헤지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앞서 공매도를 금지했던 2008년 10월~2009년 5월, 2011년 8월~ 2011년 9월, 2020년 3월~2021년 4월 등 3번의 기간에도 외국인 매매 비중이 하락했다가, 공매도 재개 후 다시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배 연구원은 외국인이 코스닥시장에 돌아와 거래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공매도가 금지되면 외국인은 대안으로 개별 주식 선물·옵션을 통한 헤지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2023년 11월 공매도 금지 전후 3개월을 비교해도 선물 거래대금이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에선 선물 거래가 가능한 종목이 50여개에 불과하다. 그만큼 공매도 금지 기간에 외국인이 코스닥 시장에 참여하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배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은 선물 거래를 통한 헤지 전략이 제한된다”며 “공매도 재개에 따른 거래 활성화가 코스닥에서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는 이유”라고 했다.
과거 공매도 금지 기간에 코스닥지수가 코스피보다 상대 수익률이 높았던 것과 달리, 현재 -13~12% 수준인 점도 배 연구원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공매도 재개 후 거래 활성화가 코스닥지수에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 연구원은 다만 “공매도를 금지하는 동안 밸류에이션(가치 평가)가 높아진 업종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가치는 높지만 이익 전망이 양호하지는 않은 로봇, 화학 등의 업종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배 연구원은 특히 개별 주식 선물이 없는데 주가수익비율(PER)이 많이 올랐던 종목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범한퓨얼셀, 비나텍, 넥슨게임즈, LS마린솔루션, 케이아이엔엑스, 아이쓰리시스템, 켐트로닉스 등이 이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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