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호주 시장 판매 법인을 사장급으로 격상하고 최초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했다. 호주 시장 판매 실적이 뒷걸음질 치자 조직을 재정비해 판매량을 끌어올리려는 ‘특단의 조치’로 해석된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도널드 로마노 전 캐나다 판매법인장(HAC)을 현대차 호주판매법인(HMCA) 신임 사장 겸 CEO로 이번주 임명했다. 로마노 CEO는 호주 법인의 첫 번째 외국인 CEO다. 현대차 호주 법인장은 그간 한국인 또는 한국계 인사가 맡아왔는데 관행을 깬 셈이다. 로마노 CEO는 호주 판매법인 사장과 함께 현대차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문 역할도 수행한다.
현대차는 이번 인사에서 호주 판매 법인을 사장급 조직으로 격상했다. 호주 판매법인은 2022년부터 상무급인 테드 리(Ted Lee) 전 법인장이 조직을 이끌어왔다. 이번 인사로 테드 리 전 법인장은 호주 법인의 최고경영조정권(CEC)을 맡아 로마노 CEO를 보좌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호주 판매법인의 조직 개편과 인사를 통해 현지 판매 전략을 재정비한다. 현대차는 호주 시장에서 2021년 전년 대비 12.4% 증가한 7만 2872대를 판매한 뒤 2022년(7만 3345대), 2023년(7만 5183대)까지 매년 판매량을 늘려왔다. 호주 베스트셀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과 해치백 i30를 앞세워 호주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왔다.
하지만 지난해 호주 판매량이 7만 1664대로 4.7% 감소하며 비상등이 켜졌다. 호주 자동차 시장(123만 7287대 판매)은 1년 전보다 1.7% 성장했는데 현대차 판매량만 미끌어진 것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호주 판매 실적은 8만 1787대를 팔아 7.4% 판매량이 증가한 기아(000270)와도 비교된다.
이에 마케팅 베테랑인 로마노 CEO의 최우선 과제는 판매량 회복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로마노 CEO는 자동차업계에서 40년 간 경력을 쌓은 전문가로 최근 10년 간 캐나다 법인을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캐나다에서 13만 8755대를 판매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또 2016년 제네시스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런칭하고 지난해에는 캐나다 시장에서 제네시스 판매량 7000대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편 현대차는 로마노 CEO가 이동해 공석이 된 캐나다 법인장에 스디브 플라맨드(Steve Flamand) 전무 이사를 신임 CEO로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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