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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닥 통과된 상법 개정안…어떤 파장 미칠지 가늠조차 어렵다 [선데이 머니카페]

중복상장 등 문제 분명하지만

충분한 논의 없이 다급히 통과

남소 방지 대책 등 보완 시급

기업 컴플라이언스 비용 급증

면책 강화한 日과 정반대 행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초부터 1년 넘도록 뜨거운 논쟁이 오갔던 상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지난 13일 국회의원 300명 중 재석 279명 중 184명이 찬성한 결과입니다. 2주 안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공포 1년 후인 2026년 4월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개정된 상법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상장사를 대상으로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합병이나 분할 등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때 대주주 이익을 우선하면서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어왔는데 상법 개정을 통해 이같은 움직임을 막겠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LG화학이 알짜 사업부인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 분할 후 상장한 것이나 카카오가 자회사 여럿을 중복상장한 일이 꼽힙니다. 대주주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 상장 지주회사를 만들었고, 이로 인해 지주사와 자회사 중복 상장 구조가 확산한 것도 이같은 문제가 반복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다만 경제단체들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깊은 유감을 내보이며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상법 개정은 반대하는 국민의힘에서 8명의 추가 찬성표가 필요합니다.

경제단체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영판단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장하는 주주들이 소송을 남발하게 되면서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경영 실패도 배임죄로 처벌하는 유례없는 국내 법체계에선 이사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회사법 체계와 맞지 않고 과잉금지원칙이나 명확성 원칙 등 헌법 기본원칙과도 맞지 않다고 합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액주주 권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다만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충분히 논의했는지, 당장 예상되는 부작용을 막을 만한 대책이 충분한지 등에 대해서 의문이 있습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을 통해 주주 충실 의무를 도입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상법을 통해 도입하되 소 제기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공고히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법”이라고 했습니다. 대책으로는 오로지 회사에 손해를 가할 목적이면 소송을 막고, 원고 주주의 대표 자격을 요구하는 방안 등을 거론했습니다.



무엇보다 기업 경영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충분히 논의하지도 않은 채 상법부터 강행한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상법 개정안은 소액주주와 관련이 없는 비상장사까지 포함해 120만 기업에 무차별적 영향을 주는 반면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장사 2600곳을 대상으로 합병 등 일부 자본거래만 적용합니다. 부작용이 적은 핀셋 규제부터 도입하는 맞는 순서로 보입니다.

상법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해서 즉각적인 주주 보호가 이뤄지는 것도 아닙니다. 해당 조항은 추상적인 실체법 조항인 만큼 실제 사건이 발생해 소송이 제기된 이후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을 때까지는 구체적인 보호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주주가 의무 준수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을 부담합니다. ‘총 주주’와 ‘전체 주주’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고, 기존 법체계에 없던 개념인 만큼 소송이 장기화할 우려도 있습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주주 권익보호를 위한 투자자·시민사회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2025.03.04


절차법과 달리 실체법 규정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컴플라이언스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 됩니다.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 결국 소송이 길어지거나 법률 자문이 늘어날수록 이득을 보는 건 로펌뿐이라는 목소리마저 나옵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으로 투자나 배당에 대한 의견 충돌이 불가피한 만큼 경영 불확실성은 높아질 것”이라며 “회사와 주주 이해관계 일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충분한 판례나 유권 해석 등이 나오기 전까지 무사안일주의나 보신주의 경영 풍토가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상법 개정안 통과가 적극 투자를 나설 수 있도록 경영자의 손해배상 리스크를 줄인 일본 사례와 다르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1월 발표한 ‘수익성 강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연구회 회사법 개정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업무집행이사와 집행임원의 책임을 줄이기 위한 책임한정계약 체결을 허용했습니다. 이사가 악의나 중과실이 없더라도 업무상 책임을 묻자 혁신적인 시도나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를 개정한 겁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권용수 건국대 교수는 “일반 회사법 개정 방향은 주주, 투자자 보호뿐만 아니라 기업 수익성 강화에도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복잡한 경영 환경에서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경영자의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제도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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