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주주사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홈플러스 소상공인들을 위한 사재출연 의사를 밝힌 가운데 입점업체와 임대점주(테넌트)들은 보다 구체적인 금액과 일정에 대한 계획을 촉구했다. 미지급된 정산금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확실히 제거할 수 있는 정상화 방안을 공식적으로 밝히라는 지적이다.
MBK파트너스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홈플러스 회생절차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김병주 회장은 특히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거래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대상이나 금액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상거래채권 중 공익채권으로 분류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변제순위가 밀리는 회생채권(2월 12일 이전 거래분) 중 소상공인 몫을 대상으로 보고 있지만 소상공인 기준 역시 모호한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매달 납품업체에 3000억 원, 임대업체에 500억~700억 원을 지급 중이며 입점사는 약 8000곳에 이른다. 현재 이들 중 상당수가 1월 매출을 정산받지 못했다.
입점업체와 임대점주들은 김 회장의 사재출연을 환영하면서도 하루빨리 구체적 일정을 알려줄 것을 촉구했다.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은 “소상공인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호하다”며 “현재 1월분에 대한 정산 결과가 매장마다 개별통보되고 있는데 어떤 기준으로 이뤄지는지 명확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재 출연은 반길 일이지만, 누구를 대상으로 얼마 만큼의 재원을 지원한다는건지, 또 현재 기업상황과 계획에 대해 협력사, 입점업체들에게 자세히 알려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협력사와 입점업체, 임대점주들은 현재 홈플러스와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연합회 사무총장은 “지금 홈플러스에 입점해있는 중소상인들과 임대점주들은 기업회생 신청 이후에도 계속 영업을 하며 홈플러스로 매출이 잡히고 있다”며 “1~2월분이 제대로 정산되지 않은 데 더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도 본사와 소통창구는 단일화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가 장기적인 자금 계획이나 구체적인 자구책을 내놓지 않아 언제 돈을 떼일 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 실제 ‘임대을’ 방식으로 계약한 일부 점주들은 개별 포스기(POS, 판매시점관리)를 사용하고 홈플러스에는 수수료만 지급하겠다는 특약을 요청하고 있지만, 홈플러스에서는 아직 답변을 주지 않았다. 이 총장은 “어떤 기준으로 회생채권을 얼마나 변제했고, 김 회장의 사재는 어떻게 활용할 것이며 구체적인 기업 상황과 자구책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구두약속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말 신용등급 하락 이후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이달 4일 돌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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